[우리 함께]“찾아가는 법률 서비스 펼친다”

  • 입력 2006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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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검사 생활을 했던 서우정 삼성법률봉사단장. 그는 “검사 시절 법을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일을 했다면 이제는 법을 통해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어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20년간 검사 생활을 했던 서우정 삼성법률봉사단장. 그는 “검사 시절 법을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일을 했다면 이제는 법을 통해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어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말 이렇게 반응이 좋을 줄은 몰랐어요. 저희도 깜짝 놀랄 정도였죠.”

서우정(부사장·변호사) 삼성법률봉사단장은 “반응이 어떠냐”는 기자의 첫 질문에 활짝 웃으며 이같이 말했다.

23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4가 대한상공회의소 건물 4층에 있는 삼성법률봉사단은 평소처럼 조용한 모습이었다.

입구 쪽 대기실에는 남루한 차림의 아주머니와 노인 등이 말없이 자신의 상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4개의 상담실 풍경은 달랐다. 억울함을 털어놓는 사람과 삼성 소속 변호사 사이의 ‘뜨거운’ 대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3월 22일 문을 연 삼성법률봉사단이 지난주 출범 2개월을 맞았다.

봉사단 측에 따르면 이달 22일까지 1345명이 상담 신청을 하고 이 가운데 1026건의 무료 법률상담이 이뤄졌다. 쉬는 날을 제외하면 하루 평균 22명이 무료 상담 혜택을 받은 셈이다.

서 단장을 포함해 삼성 소속 국내 변호사 64명이 하루 평균 4명씩 번갈아 가며 봉사에 나선 결과다. 기초생활수급대상자, 저소득층 장애인 등 영세 서민이 주로 찾는다.

봉사단은 단순히 상담에만 그치지 않고 무료로 형사 변론까지 해주고 있다.

“최근에 인천에서 중국인 어학연수생이 동료 어학연수생과 다투다가 순간적인 격분을 이기지 못하고 칼로 동료의 머리를 내리쳐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된 사건이 있었어요.”

기억나는 사례를 꼽아 달라고 하자 서 단장은 중국인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어학연수생이 경찰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통역봉사자가 법률봉사단에 도움을 요청했다. 피의자는 물론 피해자마저도 중국에서와 같이 금전적으로 합의만 하면 사법절차를 밟지 않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고 한다.

중국어에 능통한 봉사단의 한 변호사는 피해자 측의 집단 따돌림이 사건의 계기가 됐고 살인 의도도 없었다는 것을 적극 소명했다.

이에 따라 검찰의 기소 죄명이 ‘살인미수’에서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바뀌는 성과를 얻었다.

봉사단의 계획은 ‘찾아가는 법률 봉사’로 요약된다.

이미 서울의 각 구청 사회복지사에게 공문을 보내 무료 법률상담서비스를 적극 활용해달라고 요청했다. 소속 변호사를 초중고교에 파견해 학생을 대상으로 법교육도 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서 단장에게 봉사단의 비전을 물었다.

“영원히 살 것처럼 전문성을 키워서 내일 죽을 것처럼 봉사하자는 것입니다.”

이어 “영원히 살 것처럼 배우고 내일 죽을지 모르는 것처럼 살아라”라는 마하트마 간디의 말도 함께 들려줬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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