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소리 사라진 키즈업계…‘출산율 1.08명’ 직격탄

  • 입력 2006년 5월 1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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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남양분유’로 출발한 남양유업은 더는 분유 회사라고 보기 어렵다.

지난해 이 회사의 전체 매출 중 분유 매출 비중은 17.2%. 6년 전인 1999년 35%의 절반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음료 비중은 19.6%에서 25.0%로 높아졌다.

경쟁업체인 매일유업은 이미 종합 소비재 회사에 가깝다. 이 회사의 분유 비중은 15%로 남양유업보다 더 낮다.

매일유업은 그 대신 다른 분야로의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2002년 와인숍을 연 데 이어 지난해에는 비타민 녹용사슴대보탕 등 건강식품 사업을 시작했다. 10월에는 대형 산후조리원을 열 계획이다. 인터넷을 통해 유아복도 팔고 있다.

‘아이 안 낳는 사회’가 산업분야에 불러온 파장의 단면이다. 특히 아이를 상대로 하는 ‘키즈 산업’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국내 최대 유아복업체 ‘아가방’은 최근 새빛회계법인에서 경영컨설팅을 받았다.

구본철 아가방 기획실장은 “저출산의 영향으로 시장 규모가 줄어들면서 생존을 위해 수익 구조를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1979년 문을 연 이 회사는 2003년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제약업계도 저출산 영향이 적지 않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05년 의약품의 연령별 건강보험 청구액을 분석한 결과 0∼9세 환자 대상 처방액은 2004년보다 6.4% 줄었다. 전체 의약품 처방액이 16.9% 늘어난 것과는 대조적이다. 유한킴벌리는 ‘저출산 극복 운동’에 대한 연구와 캠페인을 지원하고 있다. 국내 기저귀 시장의 67%를 점유한 유한킴벌리에 이는 사회공헌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것이다.

유아 관련 업계는 △중국 동남아 등 해외시장 개척 △사업 다각화 △고급 제품을 통한 매출 증대로 활로를 찾고 있다.

‘합계출산율 1.08명 쇼크’로 보육 관련 정부 지원이 늘 것으로 보고 보육 산업에서 성장동력을 찾으려는 기업도 있다.

보령메디앙스 한태수 상무는 “보육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사업성을 검토 중”이라며 “이는 한국보다 먼저 저출산시대를 맞은 일본 유아산업계가 갔던 방향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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