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짐지고 쇼핑하는 시대온다…할인점 첨단시스템 도입 경쟁

  • 입력 2006년 5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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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태그(RFID) 결제 시스템을 갖춘 미국 슈퍼마켓 체인 ‘스톱&숍’에서 한 남자 고객이 액정표시장치(LCD) 모니터가 달린 쇼핑카트를 이용해 쇼핑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IBM
전자태그(RFID) 결제 시스템을 갖춘 미국 슈퍼마켓 체인 ‘스톱&숍’에서 한 남자 고객이 액정표시장치(LCD) 모니터가 달린 쇼핑카트를 이용해 쇼핑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IBM
《‘딩동….’ 주부 황선영(35·가명) 씨가 승용차로 서울 영등포구 A할인점 근처를 지날 때 ‘지금부터 2시간 동안 식용유 40% 할인판매’라는 단문메시지(SMS)가 휴대전화에 떴다. A할인점이 단골고객인 황 씨에게 SMS를 보낸 것. 마침 식용유가 떨어진 황 씨는 이참에 저녁 찬거리나 살 요량으로 할인점으로 방향을 틀었다.》

○‘맞춤형 쇼핑’ 시대가 온다

매장에 들어선 황 씨는 쇼핑카트에 할인점에서 발급 받은 고객카드를 넣었다.

카트 상단에 설치된 액정표시장치(LCD) 화면이 밝아지면서 카트 손잡이 부분에 내장된 스피커에서 ‘환영합니다. 황선영 고객님!’이라는 음성이 흘러나온다. 가수 ‘비’의 목소리다.

LCD 화면에는 ‘오늘 사고 싶은 물품이 무엇이냐’는 문자가 뜬다.

생활용품을 선택하자 화면에 차량용 내비게이션처럼 ‘잠시 후 좌회전, 곧이어 우회전’ 등의 안내문이 뜬다. 황 씨는 수월하게 식용유 매장 앞에 도착한다.

식용유 2개를 카트에 넣자 쇼핑카트에서 “식용유 40% 할인, 개당 3000원씩 6000원”이라는 음성 안내가 나온다.

같은 방식으로 LCD에 생식품을 입력하자 신선식품 매장 위치도와 가는 방향이 뜬다. 그곳에서 시금치와 파를 산다. 물건을 카트에 담을 때마다 계산이 곧바로 이뤄진다.

쇼핑을 끝낸 황 씨는 계산대 직원에게 가볍게 인사만 하고 지나친다. 계산대에 설치된 센서가 황 씨의 고객카드와 쇼핑카트에 실린 물품의 전자태그(RFID)를 인식하면서 결제가 자동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계산대에 있는 직원은 센서 오작동에 대비해 배치된 서비스 요원이다.

○치열한 기술개발 경쟁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2008년쯤이면 ‘내비게이션 카트’를 끌면서 계산을 위해 길게 줄서지 않아도 되는 편리한 쇼핑이 가능해진다.

국내 유통업체들은 이미 무인계산대 RFID 등 첨단 쇼핑시스템을 개발해 시험 중에 있다.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는 작년 7월 한 달간 RFID칩을 이용한 결제서비스를 시범 실시했다.

적외선으로 매장에 있는 고객 수를 파악해 계산대 전담직원을 줄이고 늘리는 ‘심플 체크아웃’ 시스템 개발도 막바지 단계에 있다.

신세계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상품에 부착된 바코드와 상품 무게를 인식해 자동으로 물건 값을 계산하는 ‘무인계산대’를 일부 점포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상품이 진열대에서 일정 개수 이하로 줄어들면 재고 정보가 자동으로 전송돼 상품이 바로 보충되는 ‘전자 진열대’ 개발도 한창이다.

김주철 삼성테스코 IS운영팀장은 “정보기술(IT) 도입이 가장 활발한 분야가 유통”이라며 “앞으로 IT 기술력이 없는 할인점은 경쟁에서 뒤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정보 유출 가능성에 대비해야

황 씨의 휴대전화에 A할인점 SMS가 도착한 건 우연이 아니다.

할인점은 황 씨의 과거 쇼핑 이력을 파악해 두었다가 식용유가 다 떨어질 시점에, 그것도 황 씨 휴대전화가 할인점 반경 2km 이내에서 감지되자 자동으로 SMS를 보낸 것이다.

개인 고객정보를 확보하지 못하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송병삼 롯데마트 경영정보팀장은 “고객 맞춤형 쇼핑은 개인정보를 구축하지 못하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할인점들은 고객정보 확보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맞춤형 서비스는 할인점 입장에서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길이기도 하다.

하지만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통전문가들은 “편리한 쇼핑도 좋지만 개인 신상정보 유출이나 사생활 침해를 걱정하는 고객도 많을 것”이라며 “고객정보 보호방안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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