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특채 두 장애인 자신감 품고 힘찬도전

  • 입력 2006년 4월 28일 03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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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홈쇼핑 주문전화 상담원인 구현정 씨는 지체장애 2급의 장애인. 재택근무를 할 수 있어 너무 좋다는 그는 “일은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다는 의미”라며 밝게 웃었다. 사진 제공 CJ홈쇼핑
CJ홈쇼핑 주문전화 상담원인 구현정 씨는 지체장애 2급의 장애인. 재택근무를 할 수 있어 너무 좋다는 그는 “일은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다는 의미”라며 밝게 웃었다. 사진 제공 CJ홈쇼핑
《구현정(33) 씨에게 출근길은 전쟁 같았다. 지하철 계단을 오르면서 땀으로 흠뻑 젖고, 눈이라도 오는 날엔 집밖을 나서기가 두려웠다. 그는 소아 류머티스 관절염을 앓아 지체장애 2급 판정을 받은 장애인이다. 한때 집에 누워 천장만 보면서 10년 세월을 보내기도 했다.》

1998년 인공 관절을 양쪽 무릎에 이식하는 수술을 받고 고통 속에 눈을 떴을 때 ‘이제 걸을 수 있으니 혼자 힘으로 살아보자’고 굳게 다짐했다고 한다.

작년 6월 구 씨는 CJ홈쇼핑의 전화상담센터를 운영하는 CJ텔레닉스에 입사했다.

CJ텔레닉스는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을 통해 장애인 재택근무 전화상담원 50여 명을 뽑았다. 이전에도 통신사 은행 등에서 전화상담원으로 일했지만 이번엔 집에서 근무할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한다.

“평생 엄마 없으면 못살 것 같던 딸이 이젠 용돈도 드린다고 대견해 하세요.”

구 씨는 요즘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책상으로 ‘출근’해 컴퓨터 화상카메라로 동료들과 수다를 떨고, 때로는 상사에게서 핀잔도 듣는다. 어쩌다 회사 메신저에 제때 로그인을 안 하면 ‘어서 일어나라’는 동료들의 전화에 겨우 지각은 면한다고.

“일은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다는 의미와도 같습니다.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버는 게 희망의 시작이죠. 착실히 벌어 나중에 작은 커피숍을 차리고 싶어요.”

작년 11월 롯데쇼핑에 입사한 정유희(26·지체장애 3급) 씨는 자신을 장애인으로 보는 게 싫다.

“소아마비로 손쓰는 게 조금 불편할 뿐이에요. 눈 나쁘다고 장애인은 아니잖아요?”

사실 그의 장애는 컴퓨터 키보드를 칠 때만 불편함을 느낄 정도로 경미하다.

하지만 하루에 열 번씩 면접을 보러 다녀도 ‘장애 3급’이란 말에 회사들은 냉담했다. 결국 정 씨는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을 통해 롯데백화점 본점 지원팀에서 일을 할 기회를 얻었다.

롯데쇼핑은 2003년 8명이던 장애인 직원을 작년 112명으로 늘려 CJ텔레닉스와 함께 올해 초 노무현 대통령에게서 격려 편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일자리를 찾았다고 이들의 인생이 ‘장밋빛’이 된 것은 아니다. 대부분이 임시직인 데다 100만 원 안팎의 월급은 생활하기에도 벅차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밖에 없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 땐 서글퍼진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은 ‘미래를 꿈꿀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기쁘다고 입을 모은다. 정 씨는 “지금은 배우는 과정일 뿐”이라며 “열정으로 세상을 빛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희망을 얘기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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