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인공 관절을 양쪽 무릎에 이식하는 수술을 받고 고통 속에 눈을 떴을 때 ‘이제 걸을 수 있으니 혼자 힘으로 살아보자’고 굳게 다짐했다고 한다.
작년 6월 구 씨는 CJ홈쇼핑의 전화상담센터를 운영하는 CJ텔레닉스에 입사했다.
CJ텔레닉스는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을 통해 장애인 재택근무 전화상담원 50여 명을 뽑았다. 이전에도 통신사 은행 등에서 전화상담원으로 일했지만 이번엔 집에서 근무할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한다.
“평생 엄마 없으면 못살 것 같던 딸이 이젠 용돈도 드린다고 대견해 하세요.”
구 씨는 요즘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책상으로 ‘출근’해 컴퓨터 화상카메라로 동료들과 수다를 떨고, 때로는 상사에게서 핀잔도 듣는다. 어쩌다 회사 메신저에 제때 로그인을 안 하면 ‘어서 일어나라’는 동료들의 전화에 겨우 지각은 면한다고.
“일은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다는 의미와도 같습니다.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버는 게 희망의 시작이죠. 착실히 벌어 나중에 작은 커피숍을 차리고 싶어요.”
작년 11월 롯데쇼핑에 입사한 정유희(26·지체장애 3급) 씨는 자신을 장애인으로 보는 게 싫다.
“소아마비로 손쓰는 게 조금 불편할 뿐이에요. 눈 나쁘다고 장애인은 아니잖아요?”
사실 그의 장애는 컴퓨터 키보드를 칠 때만 불편함을 느낄 정도로 경미하다.
하지만 하루에 열 번씩 면접을 보러 다녀도 ‘장애 3급’이란 말에 회사들은 냉담했다. 결국 정 씨는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을 통해 롯데백화점 본점 지원팀에서 일을 할 기회를 얻었다.
롯데쇼핑은 2003년 8명이던 장애인 직원을 작년 112명으로 늘려 CJ텔레닉스와 함께 올해 초 노무현 대통령에게서 격려 편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일자리를 찾았다고 이들의 인생이 ‘장밋빛’이 된 것은 아니다. 대부분이 임시직인 데다 100만 원 안팎의 월급은 생활하기에도 벅차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밖에 없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 땐 서글퍼진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은 ‘미래를 꿈꿀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기쁘다고 입을 모은다. 정 씨는 “지금은 배우는 과정일 뿐”이라며 “열정으로 세상을 빛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희망을 얘기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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