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발전 35년 노하우… 개도국 수출상품으로 각광

  • 입력 2006년 4월 27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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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1

아프리카 14개국 경제부처 장관들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 모였다. 재정경제부가 주최한 ‘아프리카 재무장관 초청 경제협력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알제리 나이지리아 튀니지 등 아프리카 주요국 장관들이 한꺼번에 한국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한국의 경제개발 경험을 배우기 위해 먼 길을 마다않고 찾아왔다.

#장면2

이달 초 증권예탁결제원의 김정미(金貞美) 펀드결제팀장은 10개월 만에 한국 땅을 밟았다. 그동안 태국 방콕시에서 태국 금융기관 종사자들에게 한국의 증권결제시스템을 깔고 운영방법을 가르쳤다. 태국 관료들은 지난해 방한해 금융 인프라와 운영 노하우를 40만 달러에 수입하고 싶다고 요청했다.》

한국의 경제개발 및 발전 경험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 각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후진국에서 출발해 선진국 문턱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개발도상국들에서는 기존 선진국들보다 배울 게 많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한국은 1970년대부터 눈부신 경제성장과 함께 근대화를 이뤘고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는 급격한 기업 및 금융구조조정 과정을 겪었다. 영광도 컸지만 고통도 따랐다.

바로 이 35년의 발전 과정이 이제는 무형 자산으로 빛을 발하고 있다. 한국의 경험과 제도를 배우려는 개발도상국들이 줄을 잇고 있다.

○ 잊혀진 근대화 경험, 해외서 빛나

한국인의 뇌리에서 사라진 1970년대 새마을운동은 해외에서 부활했다.

지난달 29일 중국 충칭(重慶) 시 공무원 연수단 32명이 경북 성주군 선남면 도흥리를 찾았다. 중국 정부가 올해부터 새마을운동을 본떠 ‘신농촌건설운동’을 추진하자 중국 관료들의 한국 농촌 방문이 잇따르고 있는 것.

한국관광공사는 새마을운동 패키지 프로그램까지 내놓을 계획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운영하는 ‘지식공유프로그램’에는 터키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인도네시아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 나라의 경제 고위 관료들이 한국 경제관료 및 전문가들로부터 한 수 배워 가고 있다.

터키의 경제관료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좌승희(左承喜)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에게서 “민간 부문 발전을 위해 한국식 기업 대형화 정책을 펴 보라”는 조언을 받고 크게 감사했다는 후문이다.

○ 외환위기 극복 경험도 수출

1997년 외환위기로 자의 반 타의 반 단행했던 금융 구조조정과 선진화는 이제 아시아권 자본시장의 선생님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증권전산은 증권선물거래소와 함께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에 증권거래시스템 운영 노하우를 수출할 계획이다.

부실채권처리 등 기업구조조정 노하우는 중국 베트남 몽골 등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조달청의 조달제도는 다음 달 파키스탄에 수출되며 지난달에는 관세청이 중남미의 도미니카공화국과 관세행정 정보화 추진 경험 공유를 위한 양허각서(MOU)를 체결했다. 러시아의 모스크바 시청 관계자들은 지난해 서울시를 방문해 서울교통정보시스템을 둘러본 뒤 현재 이 시스템 도입을 협의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최훈(崔勳) 금융허브협력과장은 “개도국들은 서구 선진시스템을 도입해도 적응을 잘 못해, 시행착오를 겪으며 노하우를 익힌 한국의 경험을 사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민간 기업에서도 이러한 흐름을 새로운 사업 기회로 여기고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중앙대 오규택(吳奎澤·경영학) 교수는 “한국이 개도국과 신흥시장의 중심부로 부상하고 있다”며 “인프라 및 제도 수출은 한국 정부나 기업의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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