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또 먹고…후발기업-2세경영인M&A로 ‘몸집불리기’

  • 입력 2006년 4월 2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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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이랜드 STX CJ 쎄븐마운틴.’ 이들 5개 기업의 공통점은 뭘까.

2000년 이후 활발한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불리고 있는 기업들이다.

이 기간에 이들이 M&A를 통해 인수한 기업만 49개에 이른다.

도대체 이들의 ‘식탐(食貪)’은 어디에서 비롯되고, 식성은 또 어떻게 다를까.

○ 영토를 늘려라

롯데그룹은 국내 제1의 유통왕국이라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M&A를 활용하고 있다.

2000년 1월 롯데 계열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경쟁사였던 ‘로손’을 인수해 점포 수를 252개에서 500개로 늘리며 단숨에 편의점 업계 선두권에 진입했다.

2002년 7월에는 서울 중구 소공동 미도파백화점을 인수해 젊은층을 겨냥한 패션전문백화점 ‘영플라자’로 변신시켰다. 같은 해 9월 인수한 한일은행 본점 자리에는 지난해 3월 명품백화점 에비뉴엘이 들어섰다.

롯데백화점 본점 주변이 온통 ‘롯데타운’으로 변했다. 최근엔 까르푸의 유력한 인수 후보자이기도 하다.

이랜드는 ‘자고 나면 계열사나 브랜드가 늘어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M&A’를 성장 전략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2003년 말 뉴코아백화점 인수를 시작으로 엘덴, 뉴골든 캡스, 쏘시에 등 패션업체 12개와 대형 슈퍼마켓인 해태유통과 콘도업체인 삼립개발 등 모두 14개 기업을 인수했다.

조선 해운업체인 STX그룹은 보유하고 있던 엔진사업 부문의 수익성 극대화를 위해 2001년 10월 법정관리 중이던 대동조선(현 STX조선)을 인수했다. STX조선은 인수 당시 연간 건조능력이 14척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47척으로 늘어났다. 수주금액도 3억 달러에서 26억 달러로 증가해 세계 6위 조선소로 올라섰다.

CJ는 손경식 회장이 연초 신년사에서 “M&A에 적극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M&A를 통한 성장 전략은 2000년 홈쇼핑업체 39쇼핑을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한국케이블TV경남방송, 마산방송, 해운대기장방송, 드림씨티 등 9개 케이블 방송사를 인수해 국내 케이블 방송업계 1, 2위를 다툴 정도가 됐다.

쎄븐마운틴그룹은 ‘법정관리 중인 기업’만 골라 인수하는 M&A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2002년 해운업체 세양선박, 2004년 컨테이너 제조업체 진도, 2005년 건설사 우방 등이 법정관리 중일 때 쎄븐마운틴 계열사가 됐다.

○ 경쟁력 극대화가 목적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M&A에 적극 나서는 이유로 ‘압축 성장’을 꼽는다.

‘김영진 M&A 연구소’의 김영진 소장은 “기업을 만들어 일정 궤도에 올리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지만 M&A는 그런 과정이 필요없다”고 말했다.

경제 환경이 달라진 점도 최근 M&A가 활발한 요인이다. 우선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경영난에 빠졌다가 법정관리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등을 통해 내실을 다진 기업들이 매물로 대거 쏟아져 나왔다. 외환위기를 넘긴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통해 내실을 쌓으면서 투자 여력이 생겼다.

국내 진출 외국 기업들을 중심으로 M&A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M&A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줄어든 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시장 개방으로 ‘안방’에서도 세계시장과의 경쟁이 불가피해지면서 몸집을 키우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 무리하면 공멸할 수도

공격적인 M&A가 좋은 결과만 가져올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평가도 적지 않다.

삼성경제연구소 강훈 수석연구원은 “일반적으로 회사를 설립해 일정 규모로 키우는 데 들어가는 비용보다 M&A 비용이 더 많이 든다”며 “자금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인수한 기업이나 인수당한 기업 모두 부실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기업을 새로 만들어 성공시키는 과정에서는 자금 투입 시기를 조절하고 투자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M&A는 한꺼번에 많은 자금을 투입해야 하므로 경영 부담이 크다는 단점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최근 인수합병(M&A)을 활발하게 추진하는 기업들
구분최고경영자M&A 관련 방침인수 실적M&A 추진 중
롯데신격호·유통 외식 관광 분야 기업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
2000년: 로손
2002년: TGI프라이데이스, 미도파백화점, 한일은행 본점, 동양카드
2003년: 현대석유화학
2004년: KP케미칼
까르푸,
에쓰 오일,
홈쇼핑 관련
기업
CJ이재현·미래 성장 분야·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2000년: 해찬들, 39쇼핑, 경남방송, 마산방송
2002년: 금양방송, 중부산방송, 삼양유지사료
2003년: 해운대기장방송
2004년: 신동방, 한일약품, 플래너스(현 CJ인터넷)
2005년: 애니천(미국)
2006년: 충남방송, 모두방송, 삼호F&G, 어코드 (싱가포르 물류업체), 영남방송, 드림씨티, 브로드밴드솔루션즈, 썬TV(엑스포츠채널)
대림수산,
대한통운,
대우건설
이랜드박성수·자금 소요 최소화
·인수 후 18개월 이내 정상화 가능 기업
2003년: 뉴코아, 데코, 엘덴, 뉴골든, 캡스, 제이빔, 앙떼떼
2004년: 소베이직
2005년: 해태유통, 쏘시에, 라틀레틱, 콕스, 태창 내의부문
2006년: 네티션닷컴, 삼립개발
까르푸,
패션 브랜드
다수
STX강덕수·법정관리 통해 정상화된 기업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
2001년: 대동조선(현 STX조선)
2002년: 산업단지관리공단(현 STX에너지)
2004년: 범양상선(현 STX팬오션)
대한통운
쎄븐
마운틴
임병석·법정관리 중인 기업 인수
·사업 다각화로 리스크 대비
2002년: 세양선박
2004년: 진도
2005년: 우방
2006년: 아남건설
없음
자료: 각 업체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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