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심상찮은 역풍

  • 입력 2006년 4월 12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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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 말 협상 타결을 목표로 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민주노동당과 진보 성향의 시민사회단체들을 중심으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여권을 비롯한 친(親)노무현(盧武鉉) 대통령 계열 일부에서도 한미 FTA의 졸속 추진에 반대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2003년 이라크 파병 논란 때처럼 ‘반미(反美)냐, 친미(親美)냐’라는 전면적 사회 갈등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진보 성향 단체, 인사들 FTA 반대로 결집=정태인(鄭泰仁) 전 대통령국민경제비서관이 최근 노무현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해 “한미 FTA는 ‘제2의 을사늑약’이라는 지적이 있다”고 발언하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정 전 비서관은 11일에도 민노당 주최 토론회에 참석해 “정부 지시에 의해 한미 FTA 관련 데이터가 마사지된(조작된) ‘작은 황우석 사건’임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반대운동의 한 축은 정 전 비서관처럼 이념적 소신파들이다. 여권 내 386그룹에서 그의 주장에 적극 동조하는 움직임이 아직 뚜렷하지는 않지만 이들의 이념적 성향에 비춰 볼 때 시간이 흐를수록 동조 세력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진보 성향의 비정부기구(NGO)나 시민단체들은 행동 국면에 들어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한국노총, 민주노총, 환경운동연합, 인도주의실천의사회 등 270개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지난달 28일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를 발족했다. 이들은 14일 비상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15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동숭동 마로니에공원에서 1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범국민대회를 열 예정이다.

▽신중론-소극적 반대=또 다른 반대 움직임은 여권 내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FTA 자체를 적극 반대하지는 않지만, 대체로 “정부가 졸속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신중론을 펴고 있다.

그 중심에는 재야파로 불리는 열린우리당의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가 있다. 민평련 소속인 김태홍(金泰弘) 의원은 10일 국회 산업자원위원회와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 16명을 초청해 세미나를 연 뒤 “한미 FTA가 졸속 추진되고 있으며 공개논의가 결여돼 이대로 가면 한국이 엄청난 불행에 빠지게 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고 소개했다.

여권 내에서조차 신중론이 번지면서 정부는 속도를 조절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한덕수(韓悳洙)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11일 국회 답변에서 “협상이 졸속 타결되면 국회 비준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국익이 현저히 떨어지는 상황에서 협상을 타결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김만수(金晩洙) 청와대 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을 통해 “미국 의회가 행정부에 허용한 (FTA 신속협상) 시한이 2007년 6월이지만 그 기한에 맞추기 위해 협상을 서두르거나 우리 이익을 간과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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