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판매 화장품 ‘설화수’ ‘메리케이’, 韓-美서 매출 1위 돌

  • 입력 2006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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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의 방문판매 사원 박소재(39) 씨는 지난달 1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6000여 명의 동료가 지켜보는 가운데 ‘판매왕 상’을 받았다. 1년간 화장품을 가장 많이 판 영업점에 주는 상이었다. 박 씨는 지난해 32명의 후배 사원을 이끌고 14억 원어치의 화장품을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팔았다. 그가 파는 태평양의 한방화장품 ‘설화수’는 수입 화장품을 포함해 국내 매출 1위의 화장품 브랜드다. 방문판매로 이뤄 낸 성과다. 미국에서도 화장품 매출 1위 제품은 방문판매 화장품인 ‘메리케이’다. 지난해 매출 규모가 자그마치 22억 달러(약 2조2000억 원)에 이른다. 디지털 시대에도 방문판매는 녹록지 않은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아모레 아줌마’들이 발품을 파는 판매시스템이 통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디지털 시대 방문판매의 힘은?

설화수는 지난해 매출 4000억 원을 돌파했다. 업계 2위인 LG생활건강의 전체 화장품 매출을 넘는 실적이다.

설화수 판매의 80%는 태평양 방문판매 사원인 ‘아모레 카운슬러’에게서 나온다.

1997년 설화수가 처음 나올 때만 해도 대부분의 여성은 국산 화장품을 10만 원 넘게 주고 산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설화수는 이런 ‘금기’에 도전했다. 소비자들의 통념을 바꾸는 역할을 맡은 사람들이 3만2000여 명의 아모레 카운슬러였다.

이들은 고객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움직이는 화장품 가게’ 역할을 충실히 했다. 마사지 등을 해 주면서 화장품의 효능을 체험하게 했다. “옆 동네 김 씨가 이 화장품을 바르면서 얼굴이 환해졌다”며 한참 ‘수다’를 떨면 어느새 고객과는 친구처럼 친해진다고 한다.

고객의 소개가 이어지면서 태평양 방문판매 사원 1인당 고객은 100명을 훌쩍 넘어섰다.

메리케이의 2004년 미국 내 매출은 약 8억1800만 달러(약 8180억 원), 지난해 전 세계 36개국을 포함하면 약 22억 달러에 이른다.

미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은 메리케이의 성공 사례를 여러 차례 분석했다.

메리케이의 방문판매 사원은 150여만 명. 메리케이의 ‘뷰티 컨설턴트’들은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파티 형식의 스킨케어 클래스를 열어 주민들과 친분을 쌓았다.

○여성에게 ‘꿈’을 판다

아모레 카운슬러들의 평균 소득은 월 120만 원. 그러나 박 씨처럼 월평균 1000만 원을 받는 ‘성공 신화’에 도전하기 위해 더욱 악착같이 일한다.

메리케이는 ‘핑크 캐딜락’으로 유명하다. 1963년 창업 때부터 1등 판매왕에게 핑크 캐딜락을 부상으로 준다. 자립심을 의미하는 자동차에 여성의 꿈을 상징하는 핑크색을 칠했다.

메리케이코리아는 이를 본떠 국내 판매왕에게 핑크색 그랜저를 제공하고 있다.

아모레의 박 씨도 지난달 상금과 함께 검은색 그랜저를 부상으로 받았다.

박 씨는 “고객 정보는 컴퓨터로 관리해도, 사람은 마음으로 만나야 내 고객이 된다”고 말한다.

메리케이 아시아태평양지역 케이케이 추아 지사장은 “방문판매 사원들은 ‘스스로 성공하고 싶다’는 꿈으로 일하고, 소비자들은 이들이 구축한 인간관계를 믿고 제품을 산다”고 해석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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