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銀 ‘외환’날개 달고 글로벌뱅크로 훨훨 난다

  • 입력 2006년 3월 23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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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계 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국민은행을 사실상 선정함에 따라 외환은행 매각 작업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올해 1월 매각 주간사회사로 씨티그룹을 선정하면서 매각 작업이 본격화된 지 2개월 만이다.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국내 은행권에 절대적인 ‘리딩 뱅크’가 탄생하게 된다.

○ 이래서 국민은행

국민은행이 론스타에 내건 조건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서로 비밀유지 협약을 맺고 있기 때문에 끝까지 밝혀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금융계 안팎에선 국민은행이 선정된 이유로 자금을 조달하기 쉽고 가장 빨리 대금을 지급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꼽는다.

가격은 국민은행 외에 하나금융지주와 싱가포르개발은행(DBS) 등 세 후보가 거의 비슷하게 제시했을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론스타로선 감사원, 검찰, 국세청에다 정치권까지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매각 대금을 가장 빨리 받을 수 있는 후보를 원하고 있다는 것.

인수전에 참여했던 DBS는 금융감독위원회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상대적으로 자금력에서 밀리는 하나금융지주 역시 국민연금 등을 파트너로 끌어들여야 하는 점이 부담이다.

이에 비해 국민은행은 자체 자금이 넉넉하고 대주주 적격성 등에 별 문제가 없다는 것.

금융감독 당국과의 교감도 강점이다.

금융계 소식통은 “국민은행이 낙점된 데는 정부의 시각이 많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는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대형 은행이 하나쯤은 있어야 금융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 압도적인 리딩뱅크 탄생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국내 은행권에서 확고부동한 1위를 굳히게 된다.

지난해 12월 말 현재 총자산 기준으로 국내 은행의 서열은 국민은행(198조 원), 신한금융지주(165조 원), 우리금융지주(140조 원), 하나금융지주(103조 원), 외환은행(73조 원)의 순.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국민은행의 총자산은 271조 원으로 늘어난다. 2위 신한금융지주와는 100조 원 이상 차이가 벌어진다.

국민은행은 또 외환은행의 해외 네트워크를 얻게 돼 글로벌 은행이 될 교두보를 마련하게 된다. 외환은행의 해외영업 인력을 얻게 되는 것도 매력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국민은행에는 당장 해외에서 영업할 수 있는 직원 수가 크게 부족하다”며 “이를 외부 수혈로 해결하려면 조직의 저항에 부닥치게 되는데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국내 영업을 유지한 채 해외 영업을 동시에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구도는 정부가 구상하는 국제 금융허브 모델에도 잘 맞는다.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인수에 따라 ‘외환부문의 독점적 시장 확보가 가능하다’는 증권사 보고서가 잇따른 것도 이런 설명을 뒷받침한다.

○ 남은 일정

우선협상대상자 공식 선정 이후에도 론스타에 대금이 입금돼 계약이 완전히 끝나기까지는 2, 3개월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우선 외환은행에 대한 정밀 실사를 해야 한다. 실사 결과에 따라 처음에 제시했던 가격이 다소 달라질 수 있다.

2003년 약 1조3900억 원을 들여 외환은행의 경영권을 인수한 론스타는 이번 매각이 성사되면 2년 반 만에 4조 원에 육박하는 차익을 남길 수 있을 전망이다.

국민은행이 자체 조달할 수 있는 자금 규모는 4조2000억∼4조3000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2조∼3조 원가량의 자금을 추가로 조달해야 한다. 금융계에선 국민은행과 제휴 의사를 표명한 금융회사들이 여러 곳 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절차가 무난하게 진행되면 4, 5월 중에 최종 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금감위와 금융감독원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하고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기업결합 심사를 받게 된다. 독과점 문제에 대해 정부가 판단을 내리게 된다.

▼외환은행 매각 예상 일정▼

▽3월 말=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또는 개별 가격협상

▽4월=추가 정밀실사 및 개별협상

▽5, 6월=검찰 및 국세청 감사, 감사원 감사 예정

▽6, 7월=매각작업 마무리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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