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 석유화학 공장 건설 붐…업계 희비교차

  • 입력 2006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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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오일머니, 한국 산업계에는 약(藥)인가 독(毒)인가.’ 최근 2년간 중동 산유국으로 흘러들어 간 막대한 자금이 한국의 기간산업인 건설업과 석유화학업의 명암을 가르고 있다. 산유국들이 석유를 팔아 번 돈을 석유화학 플랜트 등에 대거 투자하면서 국내 건설업계에서는 ‘제2의 중동 특수’란 말까지 나온다. 반면 고유가로 생산비용이 높아졌지만 화학제품 공급 과잉에 따른 치열한 국제 경쟁으로 이를 가격에 반영할 수 없는 유화업계는 ‘이중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넘쳐나는 오일달러

중동의 6개 주요 산유국(GCC·걸프협력기구)이 지난해 벌어들인 오일머니는 약 2800억 달러(약 280조 원)에 이른다. 한국이 지난해 대외무역으로 벌어들인 경상수지 흑자(166억 달러)의 17배에 이르는 엄청난 액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올해 1월 한 달 동안 GCC로 유입된 오일머니는 230억 달러로 한 달 전보다 30억 달러가 늘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는 3000억 달러를 거뜬히 넘으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중동의 오일머니가 이 지역의 경제 재건을 위한 ‘든든한 총알’이 되고 있다는 점.

‘고유가-오일머니 유입-플랜트 산업에 재투자’라는 일련의 선순환 과정이 시작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환호하는 건설업계

외환위기 이후 침체기를 겪어 온 국내 건설업계는 오일머니 효과에 따른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건설 수주량 자체가 획기적으로 늘어난 데다 건축, 토목과 달리 플랜트 산업은 부가가치도 높아 상당한 수익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산업자원부 등에 따르면 2015년까지 중동지역의 플랜트 건설시장 규모는 1조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런 오일머니의 효과는 이미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한국의 해외플랜트 수주액은 올해 1월 31억6000만 달러로 작년 1월보다 563% 증가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작년 전체 수주액(108억5927만 달러)의 30%에 이른다.

GS건설 송하청 플랜트영업기획팀장은 “중동의 해외플랜트 수요는 늘고 있지만 이를 시공할 수 있는 국제적인 엔지니어링 업체는 부족하다”면서 “한 지역에서 여러 건의 플랜트를 수주하면 원가 절감 효과도 크다”고 설명했다.

○석유화학업계는 우울

중동 국가들의 석유화학 플랜트 증설은 국내 유화업계에는 심각한 위협이 된다. 이미 유가 상승으로 생산비가 20∼30% 올랐지만 국제 경쟁 때문에 이를 원가에 반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2010년경이면 중동의 에틸렌 생산능력이 2004년의 2배에 이르는 2400만 t에 육박해 세계 시장의 공급 과잉을 초래할 것으로 관측된다. 에틸렌은 석유화학제품의 기초 연료로 석유화학 제품의 향후 생산 동향을 알려주는 시금석이다.

미래에셋증권 변성진 연구위원은 “천연가스와 원유를 직접 뽑아 올려 즉석에서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중동은 아시아 국가에 비해 50%가량의 원가 경쟁력이 있다”면서 “국내 유화업체들의 사업 다각화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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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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