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사모펀드(PEF) ‘한국형 론스타’ 부푼 꿈?

  • 입력 2006년 3월 17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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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2월 27일 미래에셋 계열사인 맵스자산운용과 우리은행은 국내 첫 사모투자전문회사(PEF)인 ‘미래에셋파트너스1호PEF’와 ‘우리1호PEF’를 각각 출범시켰다.

두 펀드가 출범할 당시 외국 자본과 경쟁할 수 있는 토종자본이 본격적으로 육성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부터 외국 자본이 국내 기업을 싼 가격에 인수한 뒤 단기간에 큰 차익을 얻고 파는 사례가 많아 ‘한국형 론스타’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것.

하지만 토종 사모펀드가 출범한 지 1년2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걸음마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다른 기업에 대한 경영권 참여를 목적으로 현재 운용 중인 PEF는 모두 16개다.

이들 16개 PEF의 출자 약정금액은 3조1106억 원이지만 실제로 출자된 금액은 4574억 원에 그쳤다.

다른 기업을 계열사로 편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모 인수합병(M&A)펀드는 17개가 운용되고 있으며 총펀드규모는 778억 원이다.

국내 PEF와 사모 M&A펀드의 수는 많지만 펀드 규모가 작은 데다 전문성이 부족해 기대만큼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출자 약정금액 규모로는 보고펀드가 가장 크지만 액수는 5110억 원에 불과하다. M&A 시장에 나오는 대형 매물에 투자하기에는 PEF 규모가 너무 작다. 금융권 M&A 시장의 최대 매물인 외환은행의 인수 자금은 6조 원, LG카드는 4조 원 이상 될 것으로 추정된다.

출자 약정금액이 적다 보니 투자처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PEF의 투자집행 규모는 40억 원에서 1000억 원까지 다양하지만 회사당 평균 투자규모는 300억 원 수준이다. 8개 PEF는 실제 투자금액이 100억 원도 안 된다. 4곳은 아예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 전홍렬 부원장은 “국내 사모 M&A펀드는 M&A투자보다는 사실상 포트폴리오 투자에 이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PEF 이인영 전 대표는 PEF 관련 심포지엄에서 “펀드를 운용한 경험도 없고 펀드에 투자한 경험도 없다 보니 자금 모집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출자금액 완화(법인 20억 원, 개인 10억 원), 투자의무비율 완화(2년 이내 출자금액 50% 이상 투자) 등 제도가 개선되면 PEF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 부원장은 “장기적으로는 M&A펀드 제도를 PEF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출자약정금액 상위 5개 PEF
PEF금액(억 원)
보고5100
MBK파트너스3750
신한 국민연금3000
KDB3000
H&Q 국민연금3000
자료: 금융감독원

:사모투자펀드(PEF·Private Equity Fund):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실기업을 사들여 정상화한 뒤 비싸게 되파는 펀드.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와 제일은행을 인수한 뒤 매각한 뉴브리지캐피탈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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