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 열린다… 시장서 한판 붙자”…축산농가 자금 모아…

  • 입력 2006년 3월 7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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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모델 출신 탤런트 현영은 작년 10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축산물 브랜드전’에서 행사 진행 모델로 참석했다. 팬 사인회를 열고, 즉석에서 돼지고기로 만든 순댓국을 퍼주는 등 관람객을 즐겁게 했다.

이 행사는 양돈자조금위원회가 국산 돼지고기를 홍보하기 위해 마련했다. 위원회가 지난해 돼지고기 홍보비용으로 쓴 자조금(自助金)은 무려 48억 원에 이른다.

농수축산물 시장 개방 압력이 높아지면서 위기에 몰린 국내 축산농가들이 정부에 기대지 않고 십시일반으로 자조금을 거둬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자조금은 2002년 제정된 ‘축산물 소비촉진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농가가 자발적으로 일정 금액을 내면, 정부가 그 금액만큼을 지원해 조성하는 자금. 농가가 50억 원을 스스로 마련하면 정부 지원금 50억 원을 보태 100억 원의 자조금이 조성된다.

가장 먼저 양돈업계가 2004년 4월 자조금제를 도입했다.

현재 전국 도축장에서 등급 판정을 받은 돼지 1마리당 400원씩을 농가로부터 걷는다. 국내 양돈 농가의 92%가 동참해 현재 조성된 자조금만 100억 원에 이른다.

한우 농가도 자조금관리위원회를 구성해 작년 5월부터 소 1마리당 2만 원씩 걷고 있다. 작년 말 현재 70%의 참여율을 보이면서 44억 원의 자조금을 조성했다. 올해 목표는 참여율 90%에 기금 120억 원 조성.

1999년부터 자율적인 방식으로 자조금을 거둬 온 한국낙농육우협회는 올해 초 자조금 참여를 의무화해 우유 L당 2원씩 걷기로 했다. 올해 목표액은 정부 보조금을 포함해 88억 원.

한국양계협회도 자율적으로 거두던 자조금을 의무화하기로 하고 최근 추진위원회를 결성했다.

○1원 투입해 26원의 효과를 얻는다

자조금을 조성한 농수축산협회들은 제품 홍보, 소비자 교육, 유통 감시, 인증제 도입 등에 자금을 쓰고 있다.

양돈업계는 지난해 변정수 현영 김세아 등 탤런트를 광고모델로 기용해 기대 이상의 홍보효과를 거뒀다는 자체 평가를 내렸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는 농협, 한우협회 등과 공동으로 일반 음식점을 대상으로 ‘한우 인증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양계협회는 최근 ‘50g의 완전식품-달걀의 신비’라는 380쪽 분량의 책자를 발행했다. 또 방송 프로그램에 사용되는 닭과 달걀을 제공하는 간접광고(PPL)도 하고 있다.

낙농육우협회도 우유 홍보활동과 생산자 대상 기술교육 등에 자조금을 쓸 계획이다.

양돈자조금위원회는 “최근 외부기관에 의뢰해 자조금을 활용한 홍보활동 효과를 측정한 결과 2004년 기준으로 자조금 1원당 26원의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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