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韓美 FTA협상]農-映 거센 반발… 험로 예고

  • 입력 2006년 2월 3일 05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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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청회가 농민단체의 단상 점거로 중단됐다. 공청회 참석자 앞을 가로막은 농민단체 회원들이 ‘한미 FTA협상 반대’를 주장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재명 기자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청회가 농민단체의 단상 점거로 중단됐다. 공청회 참석자 앞을 가로막은 농민단체 회원들이 ‘한미 FTA협상 반대’를 주장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재명 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은 국내 이해당사자들의 반발로 진통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농민단체와 영화인들의 거센 반발을 무마해야 한다. 실제로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낙농육우협회 등 8개 농민단체는 2일 “한미 FTA는 한국 농업에 대한 사형선고”라며 투쟁을 다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실무적으로도 법률 교육 의료 등 서비스 시장을 미국에 개방하려면 관련법과 시행령을 대폭 손질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이 지방선거와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를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미국과의 줄다리기보다 국내 이해단체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더욱 힘겨울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최악의 경우 협상이 결렬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재정경제부 김선병(金琁炳) 대외경제실무기획단 서비스업팀장은 “서비스업을 한번에 개방하면 관련 업체 피해뿐만 아니라 사회적 파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는 최대한 유예조항을 두는 것을 목표로 협상을 진행하겠지만 쉽지 않은 과제”라고 말했다.

협상 시한도 촉박하다.

2일 협상 개시를 선언했지만 실제 협상은 미 의회의 검토가 끝나는 5월 3일 시작된다. 미국의 절차상 의회가 행정부에 부여한 신속협상권(TPA)이 끝나는 내년 7월 1일의 3개월 전인 4월 1일까지는 협상을 타결지어야 한다. 협상 기간이 11개월에 불과해 국내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기에는 너무 짧다.

반면 정부의 협상 의지가 강해 협상 속도는 빠를 수 있다. 정부는 양국 FTA 협상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와 스크린쿼터(국내영화 의무상영 일수) 축소 문제를 서둘러 매듭지었다.

정인교(鄭仁敎)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미가 서로 통상 현안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만큼 협상 초기부터 곧바로 본게임에 들어갈 수 있다”며 “농산품과 축산품, 일부 서비스산업 분야에서 국내 이해 단체의 반발이 우려되지만 1년이면 충분히 협상을 타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은 지금까지 경제적인 이유보다 주로 정치적인 목적으로 FTA를 체결해 왔고 일단 협상 대상국을 고르면 신속하게 협상을 끝내 왔다는 점은 낙관론에 힘을 실어 준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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