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테마株 ‘쪽박의 유혹’

  • 입력 2006년 1월 17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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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증시가 ‘테마주’ 열풍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첫 거래일인 2일 고속 휴대인터넷(와이브로) 테마가 증시를 이끌더니 지난주에는 대북 송전 관련주 주가가 급등했다. 16일에는 ‘육아 테마주’가 일제히 상한가를 쳤다.

테마주란 증시에서 여러 종목을 한 가지 주제로 엮는 것을 말한다. 증권선물거래소가 발표하는 공식 지표가 아니고 루머나 증권전문가의 분석 등 비공식적인 경로로 만들어진다.

광우병 발병으로 쇠고기 수요가 줄면 수산물과 닭고기 제조업체가 ‘광우병 테마’로 분류돼 주가가 오르는 식이다.

하지만 지난해 증시를 달궜던 바이오·줄기세포 테마주는 최근 황우석(黃禹錫) 서울대 석좌교수 파동 이후 폭락해 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입었다. 지난해 주요 테마였던 엔터테인먼트 관련주도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무엇보다 ‘엉터리’ 테마에 편승해 주가를 띄우려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이 문제로 꼽힌다.

● 증시 달구는 테마 열풍

최근 증시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와이브로, 대북 송전, 저출산 육아 등의 테마는 모두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불안한 테마라는 지적이다.

11일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다는 소식에 일제히 상한가를 친 대북 송전 테마주는 이후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주요 종목 주가는 며칠 사이 10%가량 떨어졌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대북 송전이 시작돼도 관련 기업 실적이 좋아질지는 미지수”라며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다고 테마 종목이 상한가를 친 것은 투기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정부가 저출산 대책 일환으로 2010년까지 19조 원을 투자한다는 발표가 나오자 16일 육아 관련 종목이 테마를 형성하며 급등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오늘 급등한 종목 가운데 상당수는 저출산 대책 수혜주가 아니라 앞으로 지속될 낮은 출산율로 오히려 실적 악화를 우려해야 할 종목”이라고 평가했다.

● 한탕주의와 투기가 원인

증권 전문가들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서 유행했던 테마는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투자자의 관심을 끌어 주가가 반짝 오르더라도 실적이 뒷받침되지 못해 결국 주가가 폭락해 버린 경우가 많다.

바이오·줄기세포 테마주의 현재 주가는 지난해 11월의 60% 수준. ‘돈 된다’는 말에 혹해 투자했다가 피해를 본 투자자가 부지기수다. 또 다른 부작용은 테마주 주가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으로 건실한 기업의 경영이 흔들리는 점. ‘실적보다 테마에 편승하는 것이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경영자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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