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띠 기업인 3인의 경제 희망찾기 좌담

  • 입력 2005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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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술년 개띠 해를 맞아 개띠 경영인 3명이 ‘한국 경제 희망 찾기’를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 왼쪽부터 박인구 동원F&B 사장, 서수경 로지텍코리아 사장, 강철중 TBWA코리아 사장. 홍진환 기자
병술년 개띠 해를 맞아 개띠 경영인 3명이 ‘한국 경제 희망 찾기’를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 왼쪽부터 박인구 동원F&B 사장, 서수경 로지텍코리아 사장, 강철중 TBWA코리아 사장. 홍진환 기자
《개띠 해인 병술년이 밝았다. 본보는 경제 각 분야에서 일하는 개띠 기업경영자 3명을 초청해 ‘한국경제 희망 찾기’라는 주제로 경제 전반과 기업 경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좌담회를 가졌다. 이들은 올해 우리 경제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역동성과 창의성을 활용해 다시 도약하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반(反)기업 정서와 정부 규제 등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환경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지속가능한 경제 발전을 위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지난해 말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회의실에서 열린 좌담회에는 식품업체인 동원F&B의 박인구(60) 사장, 광고대행사 TBWA코리아 강철중(48) 사장, 정보기술(IT) 업체인 로지텍코리아 서수경(36) 사장이 참석했다. 사회는 본보 박정훈 기자가 맡았다.》

▽사회=먼저 올해 환갑을 맞으시는 박 사장님께서 한국 경제에 대해 진단해 주시기 바랍니다.

▽박인구 사장=우리는 1950년대 6·25전쟁과 1970, 80년대 개발시대를 경험한 세대입니다. 한국 경제는 많은 것을 이룬 세계의 본보기입니다. 저는 거센 경쟁의 파도를 넘어 이만큼 성장한 한국경제가 자랑스럽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영광이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후세에는 지금보다 나은 경제 혜택을 누리게 해 줘야 합니다. 지금 ‘한국호(號)’의 과제는 지속가능한 발전입니다.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열어갈 새로운 동력을 만들고 있는지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입니다. 더구나 사회 곳곳에서 심각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한마음 한뜻으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강철중 사장=저는 한국 경제의 미래를 조금 낙관적으로 보고 싶습니다. 개인의 역량과 창의성이 우리 경제 발전의 밑거름이 되고 있습니다. 이는 세계 경제의 추세이기도 합니다. 한국 기업인과 소비자만큼 세계적 흐름에 잘 적응하는 나라도 드뭅니다. 독일이나 일본 국민은 자신을 잘 내세우지 않아 제조업에 맞는 성향을 보입니다. 독일과 일본의 제조업이 번성한 데는 이런 배경이 있습니다. 우리 국민의 성향은 제조업보다는 다양성과 개성이 중요한 IT, 콘텐츠 문화 사업에 더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이런 점을 잘 활용하면 미래 한국 경제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박 사장=경제 여건이 좋아질 것이라는 데 동의합니다. 저는 우리 국민이 가장 역동적이고 열정적이며 창의적이라고 자부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산업의 중심이 제조업에서 콘텐츠, 문화산업으로 옮아가는 현상은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고용효과가 큰 제조업은 국가 경제의 근간입니다. 제조업 비중이 국내총생산(GDP)의 20% 이하로 줄면 국가경제의 미래도 어두워질 것입니다. 많은 제조업체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현실은 상당히 걱정스럽습니다. 제조업과 IT 문화 사업이 융합돼야 진정한 경쟁력이 생긴다고 봅니다.

▽사회=서 사장님은 창의력과 한국 경제의 미래에 어떤 연관이 있다고 보십니까.

▽서수경 사장=로지텍은 PC 주변기기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디지털 라이프’를 선도하는 품격과 편리함을 판매하는 것이죠. 소비자가 돈을 주고 사지 않으려는 키보드나 마우스에 패션과 편리함을 가미해 10만 원이 넘는 고가(高價)에 팝니다. 소비자는 늘 새로움에 목말라 있습니다. 그 덕에 탄탄한 고급 기술 시장이 만들어졌습니다. IT 기업으로선 한국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갖춘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창의력 없는 아이템으로는 한국인의 소비욕구를 자극할 수 없습니다. 기업가에게 변화에 목말라하는 소비자가 존재한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우리 국민의 까다로움이 기업가의 창의력을 자극하고, 결국엔 이 창의력이 경제 성장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사회=현재 우리 경제 환경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개선할 점이 있다면….

▽박 사장=공직에 있다 기업으로 와 보니 규제의 벽을 절감하게 됐습니다. 수도권 공단에 보유하고 있던 5000평 땅에 공장을 지으려고 했더니 대기업이라 안 된다고 합디다. 중소기업은 되고 대기업은 안 된다는 정책은 이해하기 힘듭니다. 태국은 ‘The kitchen of the world(세계의 부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자국 식품업체의 해외 진출을 적극 돕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기업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합니다. 삶의 혁명을 몰고 온 TV, PC, 자동차, 비행기 모두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 만들었습니다. 정부는 기업을 더 존중해야 합니다. 우리는 교과서에서부터 기업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있습니다. 좋은 기업가는 애국자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외국기업이 들어오고 우리 기업이 나가지 않습니다.

▽강 사장=광고를 사전 심의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합니다. 사전 심의는 광고의 핵심인 창의력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광고는 기업이 제품이나 브랜드를 알리는 소통의 방법이지 소비자를 속이는 수단이 아닙니다. 지금부터라도 사후 심의나 자율 심의 체제를 도입해야 합니다.

▽사회=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와 계속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상존하고 있습니다. 각자의 업종에서 새해 경기를 전망한다면….

▽서 사장=모두가 어렵다고 했던 지난해에도 IT 기업 중에는 높은 성장세를 보인 기업이 적지 않습니다. 까다로운 소비자를 사로잡는 기업은 성공하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실패합니다. 지금 한국 IT시장에서는 시시각각 변하는 소비자의 욕구에 대응하며 살아남으려는 기업들이 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런 경쟁은 새해에도 IT산업 전반에 큰 성장을 이끌 것으로 예상됩니다.

▽박 사장=지표상으로 내수경기가 좋아진다니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새해에는 단순한 먹을거리가 아닌 우리만의 식(食)문화를 발굴하고, 이를 해외에 수출하는 데 힘을 쏟을 계획입니다. 하지만 자식 안 낳고 덜 먹는 사회 분위기 탓에 식품 수요가 줄어드는 건 아닌지 걱정하고 있습니다.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저소득층이 예전처럼 먹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장경제 시스템을 해치지 않고, 성장의 동력을 훼손하지 않는 틀 속에서 정부가 저소득층의 생활기반을 살려 내는 게 중요합니다. ▽사회=광고는 경기의 선행지표라고 하는데 올해 내수경기를 어떻게 전망하고 계십니까.

▽강 사장=요즘 광고 수주 분위기를 보면 희망을 갖게 됩니다. 대다수 기업이 지난해보다 광고 예산을 늘려 잡았습니다. 광고 예산을 줄인 기업은 많지 않습니다. 특히 2006년은 짝수 해여서 기업들의 스포츠마케팅이 불붙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6월 독일 월드컵을 정점으로 특수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회=개는 충직하고 헌신적인 동물입니다. 세 분의 성공에는 개띠의 어떤 특징이 힘이 됐는지요.

▽박 사장=띠와 관계없이 개의 충직함은 직장인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품성 아닐까 싶습니다. 열정을 다해 헌신하다 보면 누구나 직장에서 인정받게 됩니다. 참 거스 히딩크 감독도 저와 개띠 동갑내기입니다. 2002년 당시 히딩크 감독을 귀화시키자는 여론이 있었을 때 합성된 주민등록증 사진이 인터넷에 돌지 않았습니까. 그때 보니 생년월일이 저와 같더라고요. 그래서 한국 대표팀이 8강에 올랐을 때 히딩크 감독에게 감사의 편지를 직접 건넸습니다. 그 편지는 동아일보 호외 1면에 보도되기도 했죠.

▽서 사장=개띠는 영혼이 자유롭고 도전정신이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새로운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자유로운 도전정신 역시 성공에 필요조건이 아닐까 합니다.

▽사회=마지막으로 연장자이신 박 사장님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박 사장=경제가 팽창했던 1970, 80년대에는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하지만 목표만 생각하고 빨리만 가려고 과정을 무시하다 보면 큰 우를 범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황우석 교수 파동도 우리 사회의 관행화된 ‘결과 중심주의’의 부산물이 아닐까 합니다. 이제 그런 문화는 바뀌어야 합니다. 천천히 다져 가면서, 수단과 과정도 정당해야 합니다. 저는 새해를 맞으면서 인간이 참 지혜롭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영겁(永劫)의 시간을 1년이라는 단위로 쪼개 쓰도록 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새로운 결심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줍니다. 올 한 해 우리 국민 모두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한 해’로 기억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좌담 참석자>

●박인구(60) 동원F&B 사장

△조선대 법학과 졸업

△미국 남캘리포니아대 재무행정학 석사

△통상산업부 부이사관

△동원정밀 사장

●강철중(48) TBWA코리아 사장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제일기획 입사

△TBWA코리아 상무

△서강대 영상대학원 광고PR학과 겸임교수

●서수경(36) 로지텍코리아 사장

△대만 단장(淡江)대 졸업

△로지텍극동(Far East) 입사

△로지텍코리아 영업담당 과장

사회=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정리=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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