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서 기업고민체험 6개월째 김근수 경제부 국장

  • 입력 2005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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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수 재정경제부 국장 김재명 기자
김근수 재정경제부 국장 김재명 기자
“제발 발목만 잡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는 기업인이 의외로 많아 무척 놀랐습니다.”

청와대 정책실을 거쳐 재정경제부에서 외환제도과장을 맡다가 7월부터 전국경제인연합회에 파견 근무 중인 김근수(47·부이사관) 국장.

26일 전경련에서 만난 김 국장은 기업 체험 6개월에 대해 “한국에선 기업 하는 게 불편하고 정부도 도와주지 않으니까 기업들이 자꾸 외국으로 빠져나가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직업 경제관료 출신인 그는 청와대에서 근무할 때, 또 정부과천청사에서 경제정책을 세울 때만 해도 “기업 하는 사람들은 으레 ‘힘들다, 어렵다’고 하면서 엄살만 떤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단다. 실제로 본 기업의 모습은 고정관념을 무너뜨릴 정도로 사정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부터 국내에 잡아 둬야”

“공장이 계속 돌아가고 새로운 투자가 꾸준히 일어나야 일자리도 늘어나고 분배할 ‘파이’도 생기는 것 아닙니까?”

공무원 신분이지만 김 국장은 정부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듯했다.

“우리 기업들이 국내에서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더 만들 수 있도록 정부가 ‘꼬드겨야’ 합니다. 외자 유치를 하려고 안달인 판에 정작 우리 기업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해서야 말이 되겠습니까?”

○“수도권 공장 신증설 규제가 가장 안타까워”

그는 “정부가 ‘규제완화’라는 용어를 사용한 지 20년이나 됐다”면서 “그런데도 기업들의 체감 온도는 썰렁하기만 했다”고 말했다.

김 국장이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수도권 공장 신증설 규제.

“투자를 하려고 해도 수도권에 너무 많은 규제가 있습니다. 이런 규제를 없애면 기업들이 굳이 외국으로 빠져 나가려고 하지 않을 텐데 말입니다.”

그는 수도권 규제 문제로 논란이 일던 9월 초 경기 파주시의 LG필립스LCD 공사 현장을 찾았을 때를 잊지 못한다.

“말로만 듣던 100만 평이라는 광활한 공사현장을 보고 기업의 위력을 느꼈습니다. 파주시에서 이름을 지어준 ‘LG로(路)’를 보고 ‘기업도시가 이렇게 생기는구나’라고 실감할 수 있었죠.” 그러면서 “공무원들은 반드시 현장을 직접 가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출자총액제한제도에 대해서도 그는 “자연스레 없어질 규제인데 명분에 사로잡혀 공무원들이 붙들고 있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될성부른 중소기업만 지원해야”

김 국장이 기업현장에서 본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 문제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대기업에서 하청을 받는 중소기업은 그래도 낫지만 이런 고리도 없는 중소기업들은 정말 어려움을 겪고 있더군요.”

하지만 “대기업들에 국산부품을 구매하라고 애국심에 호소할 문제는 아니다”며 무조건적인 정부 지원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식으로 지원 정책을 펴지 말고 잘하는 중소기업을 골라 적극 지원해서 세계적 경쟁력을 키우도록 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말이었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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