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매미땐 수주선박 삽으로 파냈죠”

입력 2005-12-12 02:55수정 2009-09-30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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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금탑산업훈장을 받은 중견 조선업체 ㈜신아의 유수언 사장. 그는 회사가 문 닫을 위기에 처하자 1991년 직원들과 힘을 합쳐 종업원지주회사로 전환한 뒤 탄탄한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사진 제공 ㈜신아
경남 통영시에 있는 중견 조선업체 ㈜신아 직원들은 매일 아침 출근 후 사무실과 화장실, 복도 구석구석을 직접 청소한다.

이 회사는 직원이 500명에 육박하지만 청소를 담당하는 용역업체를 두지 않는다. “사원 모두가 주인인데 내 일 따로, 회사 일 따로가 없다”고 직원들은 설명한다.

올해 예상 매출이 3100억 원인 이 회사는 14년 전만 해도 문 닫을 위기에 처해 있었다. 하지만 직원들이 퇴직금을 털어 종업원지주회사로 다시 출발해 이를 악물고 일한 결과 탄탄한 중견 기업으로 거듭났다. 올해 무역의 날에는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 “회사의 주인은 바로 나”

통영의 ‘토박이 기업’으로 출발해 1978년 대우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이 회사는 1991년 실적 부진으로 대우조선에 흡수 합병될 상황이었다. 직원들은 “흡수 합병되면 빈껍데기만 남고 대부분 쫓겨날 것”이라며 충격에 휩싸였다.

당시 관리담당이사였던 유수언(63) 사장은 직원들에게 종업원지주회사를 설립하자고 설득했다. 직급별로 적게는 500만 원에서 많게는 3000만 원까지 퇴직금을 모아 8억 원을 출자했다.

대우그룹 시절 강성노조로 꼽혔던 노동조합도 자진 해산했다.

유 사장은 “통영 바닷가 자갈밭에서 완전히 빈손으로 시작하는 기분이었다”며 “월급이 나오는 대로 회사에 출자하는 등 회사를 살려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회고했다.

선박 수주도 국내 대형 조선업체와의 경쟁을 피해 5만 t 규모의 중소형 석유화학제품 운반선을 집중 공략했다. 직원들은 휴일도 없이 업무에 매달렸다.

“고객인 선주사에서 작업 진행 상황에 따른 선수금을 받아야만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납기일이 늦어지면 그 기간만큼 돈을 받을 수 없으니 다들 필사적으로 작업했습니다.”

2003년 태풍 ‘매미’로 작업 중이던 4만 t짜리 배가 떠내려가 해안 모래밭에 묻히자 직원들은 삽을 들고 너도나도 달려들어 모래를 파냈다.

유 사장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다들 빗물에 젖은 용접기를 말리며 직접 복구에 나섰다”며 “외부 수리 업체를 부르자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말했다.

○ 13년 동안 매출액 14배로 성장

이사와 상무를 거쳐 2001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한 유 사장은 일년의 절반을 해외를 누비며 직접 선박 수주에 나섰다.

출퇴근 때는 노란색 마티즈 승용차(800cc)를 직접 몰고 다니며 관용차는 통영에서 근무 시간에만 사용한다. 업무상 서울에 자주 가지만 수행비서도 없이 혼자 전철을 타고 다닌다.

“늘 서울에 있는 것도 아닌데 운전사와 차를 둘 필요가 있나요. 사장부터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야죠.”

전 임직원의 헌신적인 노력에 힘입어 매출은 1992년 220억 원에서 올해 3100억 원으로 약 14배로 껑충 뛰었다. 기업 규모도 국내 8위, 세계 22위의 조선업체로 성장했다.

직원 수도 1991년 270여 명에서 올해 현재 495명으로 늘었으며 20개 협력사 직원도 1050여 명에 이른다.

유 사장은 “앞으로 고부가가치 선박인 소형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액화석유가스(LPG)운반선에 도전해 더욱 내실 있는 기업으로 키워낼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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