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첩첩관문? 기술로 通하더이다

  • 입력 2005년 11월 2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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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난에 시달리던 한국의 바이오벤처 회사들이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고 있다.”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는 9월 30일자에 바이로메드, 크리스탈지노믹스, 바이오니아 등 한국 바이오벤처 3개사의 증시 상장 임박 소식을 이례적으로 전했다. 이들 3개사는 지난달 13일 코스닥 등록 예비심사를 통과해 올해 12월 등록이 유력해졌다. 지금까지 코스닥 시장에 등록된 바이오 벤처기업은 20여 개에 이르지만 이번 3개사의 등록은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 코스닥 특례제도의 첫 수혜 기업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벤처 활성화를 위해 올해 4월 도입한 이 제도는 기술 평가를 통해 기술력을 인정받으면 경상이익 등 수익성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도 코스닥 등록을 허용해 준다. 지금은 적자를 내더라도 기술력만 있으면 증시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네이처’ 표지의 크리스탈지노믹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인체의 생리 기능을 조절하는 단백질의 입체구조를 연구해 각종 치료제를 만드는 회사.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가 발기부전을 일으키는 단백질(PDE5)을 어떻게 무력화하는지를 원자 수준에서 규명해 2003년 9월 ‘네이처’ 표지 논문으로 실어 세계적인 주목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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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에는 류머티즘을 일으키는 단백질(JNK1) 구조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이 회사는 현재 획기적인 차세대 항생제와 비만치료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기존 항생제 처방에도 끄떡없는 세균을 죽이고, 부작용 없이 지방 성분만 제거하는 신약후보물질이 동물실험 단계에 있다.

크리스탈지노믹스 조중명(57) 대표는 “질환성 단백질을 무력화하는 신약물질 디자인 분야에 일본의 모 제약업체가 매년 80만 달러(약 8억 원)의 연구비를 대는 등 국내외에서 공동 연구 제안이 잇따르고 있다”고 자랑했다.

그는 “계속되는 적자로 고통스러웠지만 연구개발(R&D)만이 살 길이라는 신념을 포기하지 않았다”며 “이제 결실을 보는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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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전자 합성공장 세운 바이오니아

바이오니아는 유전자 연구장비 전문 생산업체다. 1992년 설립 때부터 유전자를 추출, 증폭, 분석하는 시약과 부품을 만들어 왔다.

박한오(43) 대표는 “대학과 정부 출연 연구소의 박사급 연구원들에게 국산 장비 수준이 외국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설득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회고했다.

바이오니아는 2000년 대전에 200억 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의 ‘유전자 합성공장’을 세웠다. 신약 개발로 분야를 넓히기 위해서다.

현재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암이나 류머티즘 등 질병 부위 세포에 주입해 ‘병든’ 유전자를 파괴하는 ‘치료유전자(siRNA)’ 개발이다.

박 대표는 “siRNA는 전 세계적으로 연구가 시작된 지 2년밖에 안 된 신생 분야”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한 업체가 연내 siRNA 임상 1을 끝낼 정도로 미개척 분야라는 것.

그는 “바이오니아는 현재 임상 1 전(前) 단계인 동물실험 단계에 있다”며 “바짝 쫓으면 세계 최고의 치료유전자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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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최초 교내벤처 바이로메드

바이로메드는 유전자, 세포, 단백질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 신약 분야의 선두업체. 1996년 서울대 최초의 교내 벤처로 출발했다.

현재 신약후보물질 4개를 임상실험 중이다. 특히 족부궤양(다리에 염증이 생기는 병)을 치료하는 유전자(VMDA3601)와 혈소판 부족으로 인한 면역 결핍을 치료하는 단백질(VM501)은 임상실험 2단계에 들어가 마지막 3단계를 통과하면 내년 이후 신약 탄생이 기대된다.

바이로메드에 대한 관심은 국내보다 외국에서 더 높다.

일본 최대의 생명공학 업체인 다카라바이오사가 600만 달러를 투자하는 등 외국에서 유치한 자본만 1100만 달러(약 110억 원)에 이른다.

바이로메드 김선영(50·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대표는 “과학자도 경제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 보람을 느낀다”며 “스톡옵션을 받은 박사급 연구원들은 수억 원대의 차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한국에선 사이언스, 네이처 등 과학전문지 논문 게재만 중시하는 것 같은데 응용제품 개발도 기초연구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점을 알아 달라”고 강조했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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