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 - 신발류, 中에 울고, 中에 웃다

  • 입력 2005년 10월 2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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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주얼 의류 브랜드인 EXR 마케팅팀의 김은정(30) 씨는 매달 중국 패션잡지 기자들이나 TV드라마 스태프를 만난다. 현지 신문이나 방송에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서다.

EXR는 탤런트 차인표가 주연을 맡고 중국 제작진이 촬영 중인 드라마 ‘줄라이 모닝’에 의상을 협찬하고 있다. 작년 8월 중국 진출 이후 상하이(上海), 베이징(北京) 등 대도시 백화점을 중심으로 30여 개의 매장을 갖고 있다.

김 씨는 “중국에서의 판매가격이 한국보다 20%가량 비싸지만 고급 브랜드라는 인식 때문에 젊은 고소득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다”고 했다.

중국 때문에 사양길에 접어들었던 일부 산업이 중국 덕분에 다시 살아나고 있다. 중국의 값싼 임금에 밀려 경쟁력을 잃었던 의류, 직물, 신발 등이 중국에서 고급 제품으로 대접받으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 ‘땡 처리’시장서 고급 브랜드 시장으로

중국 상하이의 스마오(世茂)백화점.

라코스떼, 지방시 등 세계 유명 브랜드가 입점해 있는 이 백화점의 의류부문 매출 1위는 월평균 1억 원인 한국 캐주얼 브랜드 ‘더베이직하우스’다. 상하이의 또 다른 고급 백화점인 바이성(百盛)백화점에서도 더베이직하우스는 의류부문 매출 1위(평당 기준)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국에서는 중저가로 알려진 더베이직하우스가 중국에서 성공한 이유는 현지화와 고급화 전략 덕분이다. 유럽 패션 문화를 동경하고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중국인들의 취향에 맞춰 매장을 ‘공주’ 이미지로 꾸몄다.

중견 의류업체 신원도 여성복 ‘씨’와 ‘베스띠벨리’ 브랜드로 작년 3월 중국에 진출했다. 지난해 신원의 중국 매출은 전체 매출의 1% 미만이었지만 올해 9월에는 8.5%로 크게 늘었다.

신원의 손수근 이사는 “과거 중국은 재고 처리용 시장이었지만 최근 소득이 늘면서 고급 브랜드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 주석이 공식석상에 입고 나와 유명해진 골프웨어 브랜드 ‘울시’도 중국의 고가 브랜드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한국의 대(對)중국 의류 수출은 올해 1∼8월 1억8900만 달러(약 1985억 원)로 2001년 같은 기간(9700만 달러)의 갑절로 늘었다.

○ “원가 경쟁서 밀린 한국산업 활로 되찾아”

신발 산업도 중국으로 특수 원단이나 고무 수출이 늘면서 일부 업체를 중심으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완제품 시장은 중국에 뺏겼지만 조깅화 등 기능성 신발 수요가 커지면서 고급 소재 수출이 늘고 있는 것.

1990년까지만 해도 전혀 없었던 신발 소재류 수출은 지난해 26억1200만 달러(약 2조7426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신발피혁연구소 공상진 선임행정원은 “소재류 수출의 대부분이 중국 수출이며 이 중 상당규모가 현지 소비자용”이라며 “한국의 신발 관련 원천 기술을 중국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시장을 장악한 농산물도 등장했다. 유자차의 중국 수출은 2000년 1만4000달러(약 1470만 원)에서 지난해 105만 달러(약 11억250만 원)로 늘었다.

산업자원부 조환익 차관은 “중국은 지금까지 생산기지의 역할을 했지만 앞으로는 소비시장의 기능이 더 부각될 것”이라며 “중국과의 원가 경쟁에서 밀린 한국 산업이 중국의 고급 수요에서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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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정 기자 koh@donga.com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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