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5% 낙관… 재정지출 늘려잡다 ‘펑크’

  • 입력 2005년 9월 27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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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 부족은 국민의 납세 부담 증가와 재정 악화로 이어진다.

당장 국민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정부의 경기 대응 능력이 취약해지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 세금 증가의 원인이 비(非)생산적 부문에 대한 지출 확대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인 경제성장에도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 부족한 재정, 세금으로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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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세수 부족분은 지난해 4조3000억 원에서 올해는 4조6000억 원, 내년에는 7조8000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세수가 모자란 표면적인 이유는 세수 추계가 잘못됐기 때문.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5%로 전망하고 계획을 짰지만 최근 한국은행은 경제성장률을 3.8%로 추정했다.

민주당 김효석(金孝錫) 의원은 22일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지난해 예산액 대비 세수 추계 오차는 3.5%로 최근 5년간 가장 높았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 급락(원화가치 상승)에 따른 관세 감소(계획 대비 1조4500억 원)와 상반기 12조 원에 이른 국세 체납액도 세수 부족을 부추긴 요인이다.

세수가 부족할 때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적자 국채 발행 △세금 인상 △예산 축소 등이다. 이 가운데 정부는 예산을 줄이기보다 국채 발행과 세금 인상을 선택했다.

이미 올해 9조8000억 원(추가경정예산 포함)어치, 내년에는 9조 원어치의 국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또 여당에서조차 논란을 빚고 있는 주세(酒稅)와 액화천연가스(LNG)용 특소세 인상, 근로소득자 신용카드 공제율 축소(20%→15%) 등을 통해 세수 부족분을 메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주세와 LNG 특소세 인상으로 7800억 원, 신용카드 공제율 축소로 1800억 원의 세금이 더 걷힐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담뱃세 인상과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축소 및 폐지, 수도권 소재 중소기업에 대한 법인·소득세 감면 혜택 폐지 등도 세수 확보의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 무리하게 쓸 곳 늘리는 것이 문제

하지만 세수 부족 사태의 근본 원인은 정부의 무리한 지출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올해 복지 부문 예산은 37조 원으로 작년보다 14.4% 늘었다. 부문별 지출 증가율 가운데 가장 높다.

반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1.7% 증가에 그쳤다. 작년에는 6.1% 감소했다.

경제성장으로 직접 연결되는 지출보다 분배에 더 많은 비중을 할애한 것이다.

복지예산 역시 저소득층의 지원을 통한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복지예산이 갖는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지출 시기와 방법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조세연구원 박기백(朴奇白) 연구위원은 “선진국들은 경제가 좋을 때 복지를 확충해 부담이 적었지만 한국은 성장률이 급격히 떨어지는 시점에 복지 예산을 늘려 이중 부담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투자성 지출보다 생계 지원형 지출이 많아지면 국가 전체의 생산성 하락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자주국방론’에 따른 국방예산 증가, 10여 년간 최대 총 11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경수로 건설 등 북한 지원금, 민간자본유치산업(BTL) 확대에 따른 미래의 세 부담 증가 등도 무시할 수 없는 지출 항목들이다.

인천대 옥동석(玉東錫·경제학) 교수는 “BTL 사업은 정부가 SOC 시설을 장기 할부 구매하는 방식이지만 중장기 재정운용계획에 포함되지도 않은 채 그때그때 예산을 배분할 정도로 주먹구구식”이라고 지적했다.

○ 세금 징수·집행체계 허점 많아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직장인들이 낸 근로소득세는 당초 예산(8조2567억 원)보다 18.9% 많았다.

반면 자영업자들이 내는 종합소득세는 예산(5조656억 원)보다 12.1% 부족했다.

경기침체 탓도 있지만 정부가 직장인에게 세금을 철저히 징수한 반면 전문직 종사자를 포함한 자영업자에게는 허술한 잣대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예산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세금이 새기도 한다.

기획예산처는 735개 공공사업을 점검한 결과 10개 안팎의 사업이 초기보다 예산이 크게 늘어 타당성에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전북 부안군 하서면의 신재생에너지 테마파크 조성사업 예산은 당초 1200억 원에서 최근 1957억 원으로 불었다. 국무총리실 산하 청소년위원회가 주관하는 청소년 스페이스캠프 조성사업은 2003년 480억 원이던 사업비가 최근 1413억 원으로 증가했다.

한양대 이태식(李泰植) 산업경영대학원장은 “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타당성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데다 시공 후 유지관리에 소홀해 예산이 새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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