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 독특한 인재개발 프로그램 “저를 추천합니다”

  • 입력 2005년 8월 3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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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을 승진 대상자로 추천합니다.’ ‘당신의 강점과 약점을 보완해 줄 맞춤형 교육제도가 하반기부터 진행됩니다.’ 외국기업 두 곳에서 시행 중인 독특한 인재개발 프로그램의 내용이다. 외국계 제약회사인 한국MSD와 한국화이자제약. 한국MSD는 ‘자기주도 승진제도’, 한국화이자는 ‘탤런트 리뷰’를 골간으로 한 인재개발 시스템을 시행 중이다. 굳이 ‘좋은 인재 한 사람이 10년 뒤 10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삼성그룹 이건희(李健熙) 회장의 말을 끌어오지 않더라도 인재관리가 화두가 된 요즘 이들 두 기업을 통해 ‘인재는 키워지는 것’이라는 평범한 진실을 확인하게 된다.》

○ 한국MSD

이 회사 커뮤니케이션팀에서 일하는 박정연(30) 씨는 이달 1일 대리에서 과장으로 승진했다. 지난달 중순 스스로 승진희망자로 신청한 뒤 사내 직원들의 평가를 거쳐 그의 직속 상사 두 명이 승진에 동의했기 때문.

박 씨는 “좀 더 효율적으로 업무를 진행하기 위해 과장 타이틀이 필요해 약간 고민한 뒤 신청하게 됐다”며 “회사의 그 누구도 스스로 승진을 신청해도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기에 스스로 그럴만한 자격이 되는지만 고민하면 됐다”고 말했다.

박 씨가 활용한 것은 자기주도 승진제도. 이 제도는 미국 본사에도 없는 것으로 지난해 취임한 마크 팀니 사장이 올해 4월에 도입한 것이다.

승진의 절차와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되기 때문에 직원과 매니저 모두가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지고 승복하는 분위기.

4월 제도 도입 이후 이렇게 승진한 사람은 70여 명이다.

이 회사는 또 직원들이 자신의 성과 목표를 달성하고 역량을 키우기 위해 필요한 학습과 개발 계획을 상급자와 논의해 스스로 짜도록 돼 있다. 필요하다면 다른 부서의 업무도 잠시 경험할 수 있는 것.

이처럼 한국만의 독특한 인재개발 시스템은 본사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다국적 기업은 본사 직원이 지사로 파견 나오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MSD의 경우 한국지사 직원들이 아시아 본부나 미국 본사로 자주 파견되는 게 이를 뒷받침한다.

골다공증 치료제 ‘포사맥스’의 마케팅을 맡던 모진 전무가 미국 본사의 아시아지역 마케팅 담당으로 가는 등 올해 들어서만 4명이 해외로 파견됐다.

팀니 사장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임직원들은 체계적으로 자기개발을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며 “그 결과 한국MSD의 임직원들은 본사로부터 능력과 리더십을 갖춘 인재라고 평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한국화이자제약

이 회사는 올해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새로 뜯어고쳤다. 그 결과 도입된 게 ‘탤런트 리뷰’ 제도.

작년만 해도 해당 부서의 부서장만 직원에 대해 평가를 내렸지만 올해부터는 다른 부서의 매니저들이 평가에 함께 참여한다.

평가의 내용도 달라졌다. 성과목표를 적어내고 그 달성률을 A, B, C, D로 평가하지 않고 개인이 어떤 재능이 있는지를 서술형태로 발굴해 낸 뒤 이 장점을 최대화하기 위해 개인에게 어떤 기회를 줘야 하는지를 매니저들이 서로 논의한다.

만일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이를 보완하기 위한 교육이 제안되기도 한다. 재미있는 점은 직원 스스로는 보완 프로그램이 작동하고 있는지 인식하지 못할 때도 있다는 것.

내부지원 부서에 근무하는 김모 부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 내부지원 부서는 보통 마케팅이면 마케팅, 영업이면 영업 등 한 부서만 집중 지원하도록 업무를 맡게 돼 있다. 탤런트 리뷰 제도를 통해 김 부장은 ‘다른 부서와 협업에 특히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고 앞으로 전사 프로젝트에 가동될 예정이다.

하지만 그는 상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약간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해당 부서의 매니저는 하반기에 사장 및 임원진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할 때마다 김 부장을 내세우기로 했다. 물론 그는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른다. 또 미국의 리더십 개발 전문가 30여 명이 주도하는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에도 참가하게 된다.

이 회사는 또 맞춤식 교육제도도 시행 중이다.

국내 대기업에서 일괄적으로 엄청난 양의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놓고 직원들이 선택해 참여하게 하는 것과 달리 직원들이 스스로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예를 들어 마케팅 부서에서 전문적인 마케팅 프로그램을 원하자 미국 하버드대의 전문가 초청 단기 연수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도 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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