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현금으로 사면 싸다? …한돈 카드 결제땐 1만원 더 내야

  • 입력 2005년 6월 29일 03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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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돈짜리 돌 반지 얼마예요?”

“6만1000원입니다. 도매가예요.”

“신용카드 되죠?”

“(난처하다는 듯) 그럼 7만1000원이에요. 카드 수수료와 부가가치세를 포함해야 하거든요.”

22일 서울 종로의 한 귀금속 판매점. ‘금을 신용카드로 살 수 있느냐’고 묻자 판매상은 “요즘 누가 금을 카드로 사느냐”며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중(二重) 가격을 제시한 곳은 이곳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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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취재팀이 이날 서울 종로구 중구 마포구 등에 있는 금은방 20곳을 무작위로 뽑아 조사한 결과 14곳이 이중 가격을 제시했다. 또 5곳은 카드를 아예 받지 않았다.

시중 금값이 천차만별이다.

도·소매상이 취급하는 금 가운데 상당량이 밀수됐거나 면세로 들여와 불법 유통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당하게 세금을 낸 금은 현금이나 카드 판매가격이 같지만 밀수 또는 불법 유통되는 면세 금은 카드로 결제하면 매출 기록이 남는 탓에 부가세(10%)와 카드 수수료를 고객에게 떠넘길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현금으로 금을 사는 고객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판매상의 세금 탈루를 돕고 있는 셈이다.

한 돈짜리 돌 반지에 대해 이중 가격을 제시한 14곳의 현금 판매가격은 5만8800∼6만4000원, 카드 판매가격은 6만5000∼7만2000원이었다. 카드 판매가격이 현금보다 10% 이상 높았다.

현금과 카드 판매가격이 같은 곳은 백화점 내 귀금속 판매점 한 곳뿐이었다.

이날 금은방들이 고시한 금 한 돈의 가격은 5만7800원. 조사대상 돌 반지는 공임(工賃) 차이가 거의 없는 음각 무늬 반지였다.

금 유통시장이 혼탁해진 원인 가운데 하나는 금 관련 과세제도의 허점.

금융상품 및 귀금속 원재료용 금괴는 부가세가 면제되지만 나머지에는 부가세가 붙는다. 이 때문에 가격차를 노린 밀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특정 금에 대해 부가세를 면제한 이유는 밀수를 방지해 금시장을 양성화하겠다는 것. 하지만 면세 금과 밀수 금은 유통과정에서 세금을 내고 수입된 금과 섞여 이중, 삼중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심지어 면세 금 또는 밀수 금을 다시 수출하는 과정에서 내지도 않은 부가세를 돌려받는 ‘국고(國庫) 도둑질’까지 발생하고 있다.

정상대로라면 면세 금에는 가공 단계에서 부가세가 붙으며 수출할 때 돌려받는다. 하지만 일부 거래상은 부가세를 내지 않은 채 수출과정에서 부가세를 받아 가로챈다.

골드뱅킹 전문가인 신한은행 상품개발실 윤태웅(尹泰雄) 부실장은 “정부가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부가세를 매기는 바람에 금시장의 음성화가 심각하다”며 “부가세 폐지를 포함해 금 과세 제도를 전면적으로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정경제부 문창용(文昌用) 소비세제과장은 “4월부터 금의 부당 거래를 막기 위해 세금 탈루 우려가 있는 도매업자에게 납세 담보금을 받고 있다”며 “좀 더 지켜본 뒤 문제점이 드러나면 추가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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