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전산망에 은행지점 유치했대”

  • 입력 2005년 5월 24일 04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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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 안 가요. 아예 갈 필요가 없어졌어요. 작년까지만 해도 매일 은행에서 통장 정리하는 게 주요 업무였는데….”

웅진식품에서 자금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박영익(朴榮翊) 과장은 요즘 은행에 가지 않고도 회사와 은행 간 입출금 내용을 한눈에 파악한다.

회사의 재무시스템과 국민은행의 전산망이 연결된 덕분이다.

박 차장은 “전에는 통장 잔액과 장부 숫자를 맞추는 ‘일일 마감’을 제때 하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며 “지금은 거의 실시간으로 이뤄지고 있어 시간도 절약하고 자금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은행 지점이 기업의 전산시스템 속으로 속속 들어가고 있다.

현실 공간에 존재하지 않는 ‘○○은행 △△기업 지점’이 사이버 공간에 생기고 있는 것. 사이버 지점은 제일기획과 현대백화점, LG홈쇼핑 등의 전산시스템 안에도 둥지를 틀었다.

○회사 컴퓨터 안에 은행이 생겼다

인터넷 광고대행사인 드림아이커뮤니케이션즈에는 지난해 9월 기업은행 지점이 생겼다.

지점이 생긴 곳은 사옥 안이 아닌 이 회사의 전산시스템. 처음에는 재무담당 직원들이 사이버 지점을 반신반의했다. 그래서 예전처럼 발품을 파는 일이 많았다.

드림아이커뮤니케이션즈 경영지원부 곽희용(郭熙容) 차장은 “적응하다 보니 매달 예산을 짜는 데 1주일 걸리던 것이 이제 불과 몇 분이면 가능해질 정도로 업무효율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사이버 지점은 종전 오프라인 지점과 어떻게 다를까.

기업은행 e비즈니스부 박덕환(朴德桓) 차장은 “사이버 지점은 은행과 기업의 전산망을 연결한다는 점에서 회사 사옥에 은행 지점을 입주시키는 것과 다르다”며 “다른 은행 계좌까지 통합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종전의 인터넷 뱅킹과도 구별된다”고 설명했다.

사이버 지점은 유지 및 보수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고객의 요구에 따라 지점에 ‘메뉴’를 늘리는 것도 쉽다. 기업의 회계투명성이 올라가는 것도 장점.

○경쟁이 치열한 사이버 지점

국내 토종 은행들이 사이버 지점 경쟁을 벌이게 된 계기는 한국씨티은행의 출범.

한미은행의 기업용 인터넷뱅킹 서비스인 ‘캣 아이’가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진 씨티은행의 전산망과 연결되면 경쟁에서 이겨낼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 한미와 씨티은행의 전산시스템이 통합되기 전에 토종 은행들이 먼저 치고 나왔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0월 종업원 20명 이상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사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 시스템을 내놓았다. 현재 이 시스템을 이용하는 기업은 2400여 개.

국민은행은 작년 12월에는 연 매출 500억 원 이상 중견기업을 위한 ‘사이버 브랜치’를 내놓았다. 현재 42개 기업에 사이버 지점을 냈다.

기업은행이 작년 9월 개발한 ‘캐시원’ 시스템도 현재 6300여 개 기업이 이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월 평균 1000개 기업이 새로 가입하는 추세.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e브랜치’도 다음 달 선보일 계획이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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