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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4월 26일 03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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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재건축아파트에 대해 전방위적인 압박에 나선 것은 재건축아파트의 높은 분양가가 집값 안정 분위기를 해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초고층 재건축 불허나 주택거래허가지역 내 투기거래 혐의자 소환조사에 이어 강남지역 재건축 아파트 사업과정 정밀 점검, 경찰과 국세청의 건설사 및 기획부동산업체에 대한 조사 등의 ‘강수(强手)’를 쏟아냈다.
강력한 정부 의지를 확인하자 그동안 요지부동이었던 서울 강남지역 재건축 조합과 건설사들도 분양가를 낮추는 등 몸 사리기에 나섰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노력도 강남을 대체할 만한 공급 확대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일시적인 효과를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또 정부의 재건축 사업 규제 근거에 무리가 있어 시행과정에 법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건축 문제, 뿌리 뽑는다=정부는 최근 나타난 수도권 지역 집값 불안이 서울 강남지역 재건축 아파트의 높은 분양가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강남 재건축의 높은 분양가→강남지역의 주변 아파트값 상승→서울 인근지역 집값 상승→분당 등 주변지역 집값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것.
재건축 분양가가 높게 책정되는 것은 재건축 조합원들이 자신들이 부담할 재건축 비용을 분양아파트 분양가에 모두 떠넘기는 데다 건설사들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이를 부추기고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건설교통부가 재건축 사업과정을 정밀 점검한 뒤 문제점이 드러나면 분양승인을 취소하고 분양승인이 난 뒤라도 △사업 중지나 취소 △국세청 세무조사 의뢰 같은 조치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경찰이 재건축 비리에 대한 전면 수사를 선언한 것도 재건축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단속 의지를 보여준다. 경찰은 수사대상에 현재 사업이 진행되는 곳뿐만 아니라 이미 사업이 끝낸 단지도 포함할 방침이다.
▽몸사리기 시작한 재건축 시장= 정부의 강도 높은 대책이 이어지자 재건축 시장은 초비상이 걸렸다.
정부의 이번 조치의 표적이 되고 있는 강남지역 재건축 조합도 분양가를 잇따라 낮췄다.
또 그동안 매일 20∼30통에 이르던 재건축 아파트 매수 문의도 뚝 끊겼다.
건설업계에서는 정부의 계획대로 조사나 수사가 이뤄질 경우 사업이 중단되는 단지가 속출하고 구속되는 재건축 사업 관계자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했다.
대형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재건축 사업치고 ‘털어서 먼지 안 나는 곳’이 없다”는 말로 이 같은 분위기를 설명했다.
▽법적 논란 예상=건교부가 내놓는 조치는 2003년 7월 시행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도정법) 77조 1항과 2항을 근거로 한다.
이에 따르면 정비사업(재건축) 시행이 사업시행계획서 또는 관리처분계획에 위반됐다고 인정되는 때, 건교부 장관이 처분 취소·변경, 공사 중지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위반됐다고 인정되는 때’의 구체적인 기준이나 범위가 불명확해 위헌 소지가 많다고 지적한다.
한 중견 변호사는 “이 법을 근거로 분양 승인 취소나 공사 중지 명령 등을 내리면 대규모 소송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며 “위헌 소지도 크고 기준도 불명확해 모호한 법”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조치들이 단기적인 효과를 거두는 데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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