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세 자릿수 시대]외환당국 예상밖 적극개입 안해

  • 입력 2005년 4월 26일 03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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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7년 5개월 만에 다시 세 자릿수로 떨어졌다. 외환은행 본점 외환운용팀 관계자들이 급격한 하락 곡선을 그리는 원-달러 환율 추이를 보며 투자전략을 짜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25일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7년 5개월 만에 다시 세 자릿수로 떨어졌다. 외환은행 본점 외환운용팀 관계자들이 급격한 하락 곡선을 그리는 원-달러 환율 추이를 보며 투자전략을 짜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달러당 원화 환율 ‘세 자릿수 시대’가 7년 5개월여 만에 다시 열렸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달러화가 세계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데다 국내에서도 환율 하락요인이 우세해 당분간 원-달러 환율은 900원대 후반에서 오르내릴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달 수백억 원을 쏟아 부으며 환율 1000원 선을 사수했던 외환당국은 과도하게 오른 원화가치를 안정시키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25일 시장 개입은 미미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환율 하락요인이 우세=세계적인 달러화 약세 현상에다 국내 외환시장 역시 달러화 공급이 우세한 상황이다. 달러화 약세는 미국의 무역 및 재정적자 확대 우려에 중국 위안화 평가절상이라는 변수가 더해져 증폭됐다.

조흥은행 자금시장부 변명관(邊명寬) 과장은 “지난 주말 중국 런민(人民)은행 총재가 ‘유연한 위안화 체제로의 이행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힌 것이 원-달러 환율 하락의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중국이 사실상 고정환율제인 현 제도를 변동환율제로 바꾸면 ‘위안화 가치 상승→중국의 수출 감소→일본과 한국의 수출 증가’로 이어져 엔-달러 및 원-달러 환율도 동반 하락할 것이라는 외환시장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내부적으로도 40억 달러로 추산되는 주식배당금을 본국에 송금하기 위한 외국인들의 달러화 수요가 사라졌고, 지난달 30억 달러 이상의 선물환을 사들여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렸던 역외(域外)세력들이 ‘팔자’로 돌아서는 등 환율이 추가 하락할 요인이 많다.

기업들이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화를 내놓는 시기가 월말에 집중된다는 점도 단기적인 환율 하락요인이다.

반면 원-달러 환율이 오를 만한 재료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우리은행 외환시장운용팀 이정욱(李政昱) 과장은 “최근 서울외환시장에서는 달러화 공급이 수요보다 하루 1억 달러 정도 많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만 유독 약세=문제는 원화 환율만 지나치게 하락했다는 점. 원화 가치는 올해 들어 22일까지 미국 달러화에 대해 3.1% 높아졌다.

반면 유로화와 엔화 가치는 같은 기간 각각 4.39%, 3.93% 떨어졌다. 싱가포르달러나 대만달러도 별 변동이 없었다.

박승(朴昇) 한국은행 총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원화의 절상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며 시장 참여자들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약발’은 그때뿐이었다.

특히 일본 엔화에 대한 원화 가치가 급격히 높아져 국가경제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100엔당 원화 환율은 작년 말 1009.46원. 그러나 최근에는 940원 안팎에서 오르내리면서 ‘1 대 10’의 비율이 깨졌다. 일본과 경쟁하는 전기전자, 조선 등의 업종은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외환당국의 고민=지난달 중순 원-달러 환율 방어를 위해 막대한 물량의 달러화를 사들였던 외환당국은 25일 시장에 거의 개입하지 않았다.

한국은행 이광주(李光周) 국제국장은 이날 오전 “시장이 중국 위안화 평가절상 임박설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며 “과도하다고 판단되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구두(口頭) 개입했다.

시장 관계자는 “외환당국이 구두 개입에 이어 ‘실력 행사’에 나설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 달러화 매입은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위안화 변수 때문에 국제적으로 미 달러화가 약세를 보일 때는 개입의 효과가 적기 때문에 외환당국이 ‘실탄’을 아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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