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논란]“내달이후 진정” vs “고유가는 대세”

  • 입력 2005년 3월 21일 1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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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유도 1100원 시대국제유가 급등으로 국내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석유 제품 소비자 가격도 치솟고 있다. 21일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의 한 주유소에서는 경유가 L당 1112원에 팔렸다.
경유도 1100원 시대
국제유가 급등으로 국내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석유 제품 소비자 가격도 치솟고 있다. 21일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의 한 주유소에서는 경유가 L당 1112원에 팔렸다.
국내 석유 수입량의 80%가량을 차지하는 두바이유의 올해 평균 가격은 어느 정도나 될까. 이는 올해 한국 경제의 성적표와 직결되는 질문이다.

정부는 국제유가 급등세가 계속되자 최근 두바이유 연평균 가격 전망을 당초 배럴당 30∼35달러에서 37∼40달러로 올렸다.

그러나 지난주 현지에서 거래된 두바이유의 최고 가격은 이미 48달러에 육박했다. 정부가 상향조정한 전망치보다도 8∼11달러가 비싸다.

왜 이리 큰 차이가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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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최근 국제유가 급등세에 대해 ‘계절적 요인이 크기 때문에 조만간 진정될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민간업계에서는 “세계시장에서 수급 불일치가 심각해졌는데도 정부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며 우려한다.

▽정부, “다음 달에는 진정된다”=유가 급등의 원인은 수급 불일치 등 구조적 요인이 아니라 이상한파와 투기자본의 기승 같은 단기 불안요인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 동북부 지역의 한파가 이례적으로 3월 중순까지 지속되면서 석유 수요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났다는 것.

또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자 투자 대상을 찾던 금융자본이 석유 등 실물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원유가격에 거품을 불어넣었다고 본다.

정부는 이와 함께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으로 유가 인상을 어느 정도 상쇄하고 있어 석유제품의 소비자가격이 크게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추가 증산 계획을 밝혔는데도 유가가 계속 뛰는 것은 투기자본의 시장 교란 탓”이라고 말했다.

한국석유공사 구자권(具滋權) 팀장도 “4월이 지나면 국제유가도 점차 안정세에 접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민간, “유가 급등 구조적 원인 때문이다”=그러나 민간에서는 세계 석유 수급상황이 심각한 국면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 중국을 비롯해 각국의 석유 수요가 크게 늘었지만 산유국들의 공급량은 정체돼 있기 때문.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세계의 1일 평균 석유 수요는 2년 전보다 230만 배럴 늘어난 8430만 배럴. 반면 공급량은 2년 전 수준인 8300만 배럴을 유지하고 있어 수요를 맞추기에 급급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최근의 유가 급등이 ‘투기자본에 의한 거품’이라기보다 수급 불일치라는 시장 상황을 반영한 결과로 보고 있다.

CJ자산운용 강창주(姜昌周) AI팀장은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의 최장기(7년짜리) 선물가격이 1년 전보다 20달러 이상 뛰어 48달러를 넘었다”며 “7년 후 현물이 인도되는 장기 선물이 급등한 것은 석유 수급이 좋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OPEC가 최근 두바이유 가격 산정의 기준이 되는 유종(油種)을 중저질급의 11개 유종에서 고품질의 7개 유종으로 바꿔 ‘고유가 정책’을 유지하려는 점도 유가의 대세 상승을 점치게 한다.

정유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장담하긴 힘들지만 구조적 원인을 감안하면 당분간 40달러 밑으로 내려오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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