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시장경제 강좌]<2>왜 자유시장경제인가

  • 입력 2005년 2월 27일 17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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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재미있어요”26일 열린 ‘청소년을 위한 시장경제 강좌’ 두 번째 강의에도 첫 강의 때와 마찬가지로 600여 명의 청소년과 학부모가 몰려 성황을 이뤘다. 이날 강사로 나선 송병락 서울대 명예교수는 자유시장경제의 우월성을 재미있는 사례와 유머를 섞어 설명해 참석자들 사이에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 전영한 기자
“경제가 재미있어요”
26일 열린 ‘청소년을 위한 시장경제 강좌’ 두 번째 강의에도 첫 강의 때와 마찬가지로 600여 명의 청소년과 학부모가 몰려 성황을 이뤘다. 이날 강사로 나선 송병락 서울대 명예교수는 자유시장경제의 우월성을 재미있는 사례와 유머를 섞어 설명해 참석자들 사이에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 전영한 기자

《동아일보가 창간 85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대한상공회의소와 공동 기획한 ‘청소년을 위한 시장경제 강좌’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21층 대강당에서 열린 두 번째 강의에는 19일의 첫 강의 때와 마찬가지로 600여 명의 청소년과 학부모가 몰려 성황을 이뤘다. 강당을 가득 메운 참석자들은 강사인 송병락(宋丙洛·경제학) 서울대 명예교수가 ‘왜 자유시장경제인가’를 주제로 국내외의 다양한 사례와 유머를 섞어 강의를 해나가자 진지하면서도 흥미 있게 경청했다. 송 교수는 ‘융합력’이 뛰어난 한국인의 기질 및 공산주의 계획경제와의 비교를 통해 우리 사회가 ‘자유시장경제’를 채택할 수밖에 없는 필연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강의 요지.》

▽한국인과 자유시장경제=작년 12월 우즈베키스탄을 다녀왔다. 과거 공산주의를 했던 그곳 사람들의 요즘 꿈은 대우자동차 타고 삼성 LG가 만든 TV로 ‘겨울 연가’를 보는 것이다.

베트남 호치민에서는 한국버스가 최고다. 한국버스라는 것을 입증하려고 ‘분당 행’ 같은 한글 간판을 그대로 달고 다닌다.

또 미국의 경제 전문 주간지인 ‘비즈니스 위크’가 세계 100대 정보기술(IT) 기업을 뽑는데 한국 기업이 10위 안에 삼성 LG KT 등 3개나 들어갔다.

우리나라가 6·25전쟁 이후 짧은 기간에 급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뭘까.

1억 명 이상의 중국인이 매일 보는 한국 드라마는 ‘비빔밥’과 같다. 미국 문화를 개방하면 팝송이 우리나라를 지배하고, 일본 문화를 개방하면 일본 대중가요인 ‘엔카(演歌)’가 우리나라를 지배한다고 걱정했는데 현실은 다르다. 우리 드라마는 세계 각국의 장점을 뽑아내 세계 수준의 ‘한국 상품’으로 승화해내고 있다. 그만큼 한국인은 종합성 융통성 창의성이 뛰어나다는 얘기다.

한국 사람의 창의성에는 지형도 영향이 있다. 보스턴 뉴욕 로스앤젤레스 런던 파리 프랑크푸르트 등 세계적인 대도시는 모두 평지에 있다. 운동을 할 때 ‘조깅’ 외에는 대안이 없다. 하지만 서울은 산이 많다. 이 때문에 등산도 하고 자동차 타이어를 나무에 매달아 놓고 운동을 하기도 한다.

중국에서 LG전자는 일본의 도시바를 앞서고 있다.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공포 때문에 전 세계 전자회사들이 빠져나갔지만 우리는 오히려 중국 사업을 강화했다. 그만큼 ‘뚝심’과 ‘끈기’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인의 지능지수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입증돼 있다.

이처럼 융통성 있고 창의적이면서도 승부 근성이 있는 한국 사람에게는 획일적인 계획경제가 맞을 수 없다. 한국인의 기질상 자유시장경제는 필연적인 선택이다.

▽왜 자유시장경제여야 하나=공산주의에는 크게 여섯 가지가 없다. 사유재산과 시장, 사익(私益) 추구, 경쟁, 경제적 자유, 기업이 없다. 그 대신 반(反)자본 문화가 있다. 정부가 모든 것을 다하려 하기 때문이다.

공산주의 계획경제에서는 농촌에 배추가 과잉생산으로 썩어 가는데도 도시에서는 배추가 없어 배추 값이 폭등한다. 국가가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고 배추, 트럭 등 모든 것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산주의에는 시장이 없고 다방 음식점 PC방 노래방도 없다. 중국도 개방하기 전까지 대학의 구내식당에서 정해진 시간에 밥을 안 먹으면 굶어야 했다. 식당 주인이나 청소하는 사람도 모두 공무원이라 퇴근하기 때문이다.

또 공산주의에서는 수령이 마음에 드는 노래, 통일 노래만 부르느라 경쟁이 없고 이에 따라 연속극이나 유행가도 없다. 거주이전의 자유가 없기 때문에 거지도 없다.

그 대신 공산주의는 두 가지만 하면 된다. 첫째 적을 만드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죽었다. 두 번째는 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이 결과 공산주의에는 인생에서 바라는 네 가지, 돈과 건강 명예 사랑이 없다. 국민을 모두 ‘알거지’로 만드는 게 공산주의다.

현대 사회는 사유재산을 인정하고 경쟁을 하는 가운데 인재가 나오고 부(富)가 창출되는 곳이다. 개개인의 각종 능력이 다 발휘되어야 배용준도, 보아도, 겨울연가도 나올 수 있다.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의 덫=한국인은 엄청난 저력을 갖고 있는데도 왜 지금까지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 시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나. 그것은 바로 ‘기업’과 ‘시장경제’에 대한 가치관의 혼란 때문이다.

정부는 일자리를 만드는 곳이 아니다. 국방, 치안, 국민보호, 법질서 유지 등의 일을 하는 곳이 정부다. 다만 민간기업이 수지가 안 맞아서 못하는 일만 정부가 공기업을 만들어 하면 된다. 대한민국의 공무원 수는 현재 88만 명이다. 이 수가 2배가 되면 나라가 망한다.

일자리를 만들고 돈을 만드는 곳은 기업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의 반(反)기업 정서는 세계 1위다. 이것이 위기다.

미국의 GE는 연매출액이 1600억 달러다. 월마트는 2600억 달러의 연매출을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규모인 6060억 달러와 비교해보라. 미국에서는 이 밖에도 마이크로소프트, 코카콜라, 인텔 등 수많은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또 미국 근로자들은 임금을 받아서 쓰고 남은 돈을 그 회사 주식에 투자한다. 한국은 노동운동해서 당장은 이익을 얻어내지만 장기적으로는 제 밥그릇을 깎아먹고 있다.

공산주의에서는 평등을 얘기하는데 어떻게 온 국민이 완전히 평등할 수 있나. 국민 모두를 평준화시키자는 ‘획일적인 가치관’이 한국 사회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글로벌 경쟁 시대에는 ‘전략’을 갖고 살아야 한다. 일본 사무라이와 싸울 때 칼로 맞서 싸울 생각을 하면 못 이기지만 총으로 이기면 된다. 남이 못하는 것을 가지고 남들과 차별화해서 전략적으로 싸워야 한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Q: 자유시장경제 단점 해결방안은?

A: 남에게 베푸는 문화 확산돼야

송병락 서울대 명예교수의 강의가 끝나자 강좌에 참석한 청소년들은 큰 박수를 보낸 뒤 궁금한 점을 질문했다. 강의 내용이 시장경제의 장점에 주로 모아졌다면 질문은 ‘그늘’에 관한 것이 많았다.

―자유시장경제의 단점은 무엇인가.(서울 도봉고 2년 김수군 군)

“사유재산이 인정되기 때문에 윤리 도덕 종교적인 부문에서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그래서 성실하게 일하고 남에게 베푸는 문화가 필요하다. 그런 사람이 많아야 시장경제가 잘 돌아간다. 개인의 소득과 분배에 차이가 나는 것도 문제라고들 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공산주의 계획경제에서도 발생한다.”

―사회복지를 위해 정부와 기업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느냐.(서울 선린중 입학예정 길한석 군)

“아주 가난하고 부모가 없거나 몸이 불편한 사람 등의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하는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 이는 국가의 기본적인 책임이다. 기업은 상품과 서비스를 잘 만들어 파는 것이 사회적 책임이다. 국밥집 주인은 국밥을 잘 만들고 휴대전화 회사는 휴대전화를 잘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최소한의 간섭을 해야 시장경제가 잘 운영된다고 했는데 한국이 박정희 대통령의 독재 시절에 급속한 경제성장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서울 고척고 1년 이재승 군)

“그것은 경제발전론이나 경제성장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독재의 문제는 경제 외적인 정치적 문제가 개입된 것으로 짧게 설명하기는 힘들다.”

―한국에 반기업정서가 강한 이유는….(서울 장충고 1년 한재준 군)

“복합적이다. 남북 대치상황에서 공산주의자들이 ‘자본주의는 나쁘다’고 부추긴 부분도 있고 경제성장 과정에서 기업이 너무 빠른 성장을 하다보니 무리한 점도 있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3월 5일(토)에는 정갑영 연세대 교수가 ‘세계를 움직인 경제학자들’이란 주제로 강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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