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그로폰테 소장 “휴대전화 기능 단순화 시켜야”

  • 입력 2005년 2월 25일 17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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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시청, 음악 감상, e메일, 온라인게임이 포함돼 판매되는 다(多)기능 휴대전화는 소비자의 요구보다 이동통신업체의 요구에 따라 발전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전도사’로 불리는 니컬러스 네그로폰테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연구소장(사진)은 “휴대전화의 기능이 다양해질수록 소비자는 소외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25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 LG전자 단말기연구소에서 열린 ‘모바일 테크놀로지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예를 들어 휴대전화 속에는 이탈리아어, 영어, 프랑스어 등 휴대전화 사용자가 쓰지 않는 언어도 기본으로 설치돼 있다”며 “이런 기능은 원하는 사람만 인터넷으로 내려받으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또 수십∼수백 쪽에 이르는 두꺼운 사용설명서에는 쓰지도 않는 복잡한 기능 설명이 잔뜩 적혀 있어 소비자가 제품을 쉽게 사용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이는 이동통신업체의 의도 때문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이동통신업체는 최근 음성 통화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통신망에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판매하려고 애쓰고 있어 제조업체에 이런 서비스를 지원하는 복잡한 기능의 단말기를 주문한다는 것.

제조업체 역시 고객을 중심에 놓는 대신 판매망을 장악한 이동통신사를 ‘왕’으로 모시고 있다며 비판했다.

네그로폰테 소장은 휴대전화 제조업체를 향해 가격이 저렴한 수백 가지 디자인의 시계를 만들어 소비자의 선택 범위를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 ‘스와치’ 시계를 본받으라고 조언했다.

또 첨단 기능의 고가(高價) 휴대전화를 만드는 대신 기능은 선택해 내려받도록 하고 값은 낮추라고 권유했다.

그는 “소비자를 위한 다양한 디자인 수백 가지를 제공하면 스와치의 경우처럼 휴대전화 소비자도 10대 이상의 휴대전화를 구입해 날마다 바꿔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 네그로폰테 소장은…

음악과 사진, 동영상 등이 합쳐진 ‘멀티미디어’라는 용어를 최초로 만들었다. MIT에서 컴퓨터 그래픽을 전공했으며 이 대학 미디어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인터넷 통신이 발달시킬 미래를 밝게 전망해 ‘인터넷 전도사’로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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