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주주 대응책을 세워라”…배당확대 요구 거셀듯

  • 입력 2005년 2월 24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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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실적에 비해 배당이 너무 적은 것 아닙니까?” “예년보다 배당액을 크게 늘렸고 대규모 자사주(自社株) 매입 계획도 세우고 있어 주주이익을 높이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24일 서울 대기업 A사 회의실. 이 회사 재무팀 관계자들이 모여 코앞으로 다가온 정기 주주총회 ‘예행연습’을 벌이고 있었다. 배당확대 요구 등 외국인 주주들의 핵심 요구안에 대한 답변을 크게 강화한 점이 눈에 띄었다. 포스코 등 상장기업 10개와 파라다이스산업 등 코스닥 등록기업 5개의 정기 주총이 25일 열리면서 본격적인 주총 시즌이 시작된다. 특히 외국인 지분이 높은 대기업들은 외국인 주주들의 요구안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현안 걸린 기업들 ‘모범답안’ 마련 부심=다음 달 11일 주총을 앞둔 SK㈜는 ‘전사(全社)적 차원’에서 주총에 대비하고 있다. 최태원(崔泰源) 회장의 유임 문제를 놓고 주총에서 소버린자산운용과의 정면 승부를 피할 수 없기 때문. 23일 현재 소버린(14.85%)을 포함해 SK㈜의 외국인 지분은 56.82%로 절반을 넘는다.

최 회장도 외국인 주주의 설득에 직접 발 벗고 나섰다. 이달 초 홍콩과 싱가포르의 외국인 투자자들을 상대로 지배구조 개선 결과 등을 소개한 데 이어 21일부터는 미국의 투자자들과 접촉하고 있다.

최근 정몽근(鄭夢根) 회장 장남인 정지선(鄭志宣) 부회장 소유 한무쇼핑 주식 32만 주를 사들인 현대백화점도 다음 달 18일 주총을 앞두고 외국인 주주들(45.62%)의 공세에 대비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한무쇼핑 건으로 외국인 주주의 문의가 이미 쇄도하고 있다”면서 “주식가격 산정방법과 투자 대비 예상수익 등의 자료를 통해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외국인 주주들에게 납득시킬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소버린이 최근 5.46%와 5.70%의 지분을 사들인 ㈜LG와 LG전자는 여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의결권이 결정되기 때문에 이번 주총에서는 소버린 측이 경영참여 등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밝힐 수 없기 때문이다.

▽사상 최대 실적에 “배당 늘려라” 요구 거셀 듯=지난해 높은 실적을 낸 대기업들은 외국인 주주들의 배당확대 및 자사주 매입 요구가 어느 해보다 거세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외국인 주주의 요구를 반영해 배당규모를 늘렸다. 한국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12월 결산 상장법인 202개 사의 2004년도 배당금 총액은 7조1603억 원으로 전년의 5조294억 원에 비해 42.37%나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매출 57조6324억 원, 순(純)이익 10조7867억 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삼성전자도 28일 주총에서 나올 외국인 주주(54.77%)들의 요구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음 달 18일 주총이 열리는 국민은행(외국인 지분 77.17%)도 배당을 크게 늘리기로 했다. 국민은행의 배당금은 주당 550원, 총 1686억 원으로 배당성향도 2002년의 24.8%에서 2004년에는 30.36%로 크게 높아졌다.

주총을 앞두고 외국인 주주의 지분 매입도 늘어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전체의 외국인 지분은 지난해 12월 30일 41.97%에서 올해 2월 23일 현재 42.31%로 증가했다.

동원증권 김광열(金光烈) 기업분석부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미 의결권을 확보한 상태에서 주총을 앞두고 추가로 지분을 사들인다면 기업들로서도 이들의 요구에 더 큰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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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주총 언제 많이 열리나 “금요일이 좋아요”▼

‘금요일과 공휴일 전날은 주주총회의 날(?).’

기업들의 ‘주총 쏠림’ 현상이 올해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한국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12월 결산법인 중 23일까지 주총 일정을 신고한 300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금요일에 주총을 여는 기업이 232개로 77.3%를 차지했다.

또 28개 기업은 3·1절 전날인 2월 28일(월요일), 6개 기업은 토요일에 주총을 개최해 금요일과 토요일, 휴일 전날에 주총을 여는 업체는 전체의 88.7%에 달했다.

날짜별로는 3월 11일이 115개(전체의 38.3%) 회사로 가장 많았다. 이어 △2월 28일 28개(9.3%) △3월 25일 23개(7.7%) △3월 4일 14개(4.7%) 순이었다.

시간대별로는 오전 10시 162개(54.0%), 오전 9시 81개(27.0%), 오전 9시 반 21개(7.00%)로 오전 시간대에 몰렸다.

그룹별 ‘몰아치기식’ 주총도 여전하다.

이달 28일 오전 10시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전기 등 삼성그룹 계열사 11개사가 한꺼번에 주총을 연다.

SK케미칼, SK텔레콤 등 SK그룹 5개 계열사는 3월 11일 오전 9시부터 10시 사이에 주총을 개최한다.

12월 결산 코스닥법인도 마찬가지다.

23일까지 주총 일정을 신고한 235개 법인 중 67.2%인 158개(67.2%)가 금요일을 주총일로 잡았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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