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금 연체율 가계대출 두배…대학생 도덕적 해이 심각

  • 입력 2005년 1월 13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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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A 씨는 지난해 부모 몰래 은행에서 학자금 대출을 받아 등록금을 냈다. 부모에게 등록금 명목으로 받은 300만 원은 사적인 용도로 썼다. 대학생 학자금 대출이 효율적으로 운영되려면 대학생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막기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올해 1학기에 대학생 17만4800명이 4393억 원의 학자금을 융자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대출받은 학자금은 눈먼 돈=학자금 대출을 받으려면 대학 추천, 서울보증보험 또는 부모 보증, 은행 대출심사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신청한 대학생이 정말 학자금을 대출받아야 하는 처지인가에 대한 심사는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교육부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부터 추천하라고 권고하지만 대부분의 대학은 선착순으로 대상자를 정하고 있다.

서울 소재 대학 관계자는 “실수요자인지를 판단하려면 2개월 이상의 기간을 두고 학생들과 면담해야 하는데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대출을 받으려면 보증이 필요하다. 그러나 부모 등 보호자를 보증인으로 세우기 어려울 경우 서울보증보험의 보증서를 내면 된다.

은행 관계자들은 “부모의 동의 없이도 서울보증보험 보증서를 받을 수 있는 점을 악용해 학자금 대출을 받아 다른 용도로 쓰는 학생이 적지 않다”며 “부모 동의를 의무화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중은행 대출 담당자는 “승용차를 몰고 와서 학자금 대출을 해달라는 학생도 있었다”며 “정작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학자금 대출은 부실 대출=조흥은행의 학자금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11월 말 현재 3.90%로 중소기업 대출(2.49%)과 가계 대출(1.68%)에 비해 1.41∼2.22%포인트 높다.

특히 부모 몰래 대출받은 학생들의 연체율이 높다는 것.

다른 시중은행의 학자금 대출 연체율은 4.7%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부모가 보증을 선 대출의 연체율은 2.28%였지만 서울보증보험을 통한 것은 8.06%에 달했다.

은행 관계자는 “전화로 연체 이자를 언제 낼 것이냐고 물으면 ‘몇 만 원으로 왜 귀찮게 구느냐’며 오히려 큰소리치는 학생도 있다”며 “은행 수익성에도 문제지만 대학생의 신용의식이 낮은 점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연체 독촉을 피하려고 대출 서류에 연락처를 거짓으로 적는 대학생도 있다. 3개월 이상 연체했을 때 은행에서 연락할 방법이 없어 신용불량자가 된 대학생이 적지 않다.

은행 관계자는 “학자금 대출은 연체 관리가 힘들고 부실비율도 높아 골치”라며 “공익성을 저버린다는 비난을 받을까봐 ‘울며 겨자 먹기’로 취급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우리은행은 학자금 대출을 하지 않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중단했다가 올해 다시 550억 원 한도로 시행할 계획이다.

김승진 기자 sarafina@donga.com

이 기사 취재에는 동아일보 대학생 인턴기자 안병찬 씨(연세대 경영학과 3학년)도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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