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 힘찬 새 출발… 삼성전자 탕정단지, 기아차 광주 공장

  • 입력 2005년 1월 2일 17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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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시 탕정산업단지에 들어선 삼성전자의 액정표시장치(LCD) 공장 전경. 총 61만 평 규모의 이 단지에 들어선 세계 최초 7세대 LCD 라인이 3월에 본격 가동되면 삼성전자는 세계 대형 LCD 시장에서 확고부동한 최강자로 부상할 전망이다. 사진 제공 삼성전자
충남 아산시 탕정산업단지에 들어선 삼성전자의 액정표시장치(LCD) 공장 전경. 총 61만 평 규모의 이 단지에 들어선 세계 최초 7세대 LCD 라인이 3월에 본격 가동되면 삼성전자는 세계 대형 LCD 시장에서 확고부동한 최강자로 부상할 전망이다. 사진 제공 삼성전자
《한 해의 시작은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기업들은 을유년 새해를 맞아 불황으로 얼룩진 작년의 흔적들을 털어내며 심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올해도 환율 문제와 원자재값 상승 등 난제가 적지 않다. 하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기업들은 우리 경제의 희망이다. 본보 경제부 기자들이 기아자동차 광주(光州)공장과 삼성전자 탕정공장을 찾아 ‘오늘의 땀’과 ‘내일의 꿈’을 취재했다.》

▼삼성전자 탕정단지▼

“이 공장이 2005년 3월부터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하면 세계 액정표시장치(LCD) TV 시장은 삼성전자가 앞장서 이끌게 됩니다. 또 내년에 이 단지에 새로운 생산라인까지 추가로 들어서면 우리 회사는 LCD 분야의 ‘절대 강자’로 자리를 굳힐 겁니다.”

지난해 12월 31일 오전 7시 반 충남 아산시 탕정산업단지.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시간인데도 삼성전자 탕정공장 입구에 세워진 보안검색대는 서울, 경기 용인, 충남 천안 등에서 고속철도(KTX)와 출근버스를 타고 도착한 직원들로 북적거렸다. 삼성전자 LCD총괄 기획그룹 조용덕(趙容德) 상무는 이곳을 찾은 기자에게 거대한 삼성전자 LCD ‘7-1라인’ 공장을 가리키며 ‘부푼 꿈’을 내보였다.

새해가 시작된 1일과 2일에도 조 상무를 포함한 삼성전자 및 협력업체 임직원 1000여 명은 ‘정상출근’해 가동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2003년 10월 착공된 세계 최초의 7세대 초박막트랜지스터액정표시장치(TFT-LCD) 생산라인 ‘7-1’은 삼성전자가 세계 LCD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추진한 초대형 프로젝트다. 윤종용(尹鍾龍) 삼성전자 부회장은 공장 착공 당시 “앞으로 10년간 총 20조 원을 이 단지에 투자해 2010년에 연간 매출 10조 원 규모로 키워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올해 3월 이 공장에서 32인치, 40인치급 대형 LCD제품이 쏟아져 나오면 LCD TV의 가격이 대폭 낮아지면서 세계적으로 ‘LCD TV 시대’가 활짝 열릴 전망이다. 7-1라인 공장 바로 옆에는 내년 상반기 가동 예정인 7-2라인 공장의 골조작업이 이미 시작돼 타워크레인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LCD유리기판을 공급하는 삼성코닝정밀유리, LCD백라이트를 납품하는 삼성코닝 등 협력업체도 단지 한쪽에서 생산 채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삼성전자 경영지원팀 이승호(李承昊) 부장은 “2, 3년 전까지 포도밭이었던 이 지역이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다”면서 “밤낮을 잊고 라인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는 직원들은 ‘우리가 역사를 만든다’는 강한 믿음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장 역시 아예 공장 주변 오피스텔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일에 몰두하고 있다.

삼성전자 공장이 들어서면서 아산, 천안 지역의 경제에도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아산시는 이 단지를 통해 장기적으로 6만2000여 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기고 주변 지역에 연간 1조 원대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택시운전사 박병호(朴炳鎬·46) 씨는 “한국 경제가 어렵다지만 삼성전자 덕에 택시 손님이 3, 4배로 늘고 주변 음식점도 식사 때마다 손님이 가득 찬다”며 활짝 웃었다.

아산=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기아차 광주 공장▼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이 ‘스포티지’의 판매 호조와 노사 협력으로 가동률이 99%에 이르는 등 ‘효자 사업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 공장의 강성진 주임(오른쪽)이 수출용 차량의 옵션을 최종 확인하고 있다. 광주=고기정 기자

“와, 넘었다!”

지난해 12월 28일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의 ‘스포티지’ 생산라인. 작업을 관리하던 ‘왕고참’ 강성진(姜聲振·47) 주임이 환호성을 질렀다. 가동률 현황판이 오후 3시 56분 현재 99.3%를 가리켰기 때문이다. 가동률이 99%를 넘기는 처음이었다.

대개의 자동차 생산라인이 그렇듯 스포티지 조립 공정도 136개나 된다. 한 곳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컨베이어벨트 전체가 멈춘다. 이 때문에 전체 근로자 604명이 호흡을 맞추지 않으면 가동률 99%는 불가능하다.

“직원들 간에 ‘제대로 한번 만들어 보자’는 의욕이 넘칩니다. 1978년 입사한 이래 지금 같은 분위기는 처음입니다.”

강성노조로 유명했던 광주공장이 확 달라진 것은 작년 중반부터. 1998년 현대자동차에 인수된 뒤 한 번도 신차(新車)를 생산하지 못했던 이 공장이 작년 8월 스포티지를 제작하게 됐다. 공장규모도 연산(年産) 35만 대 체제로 확대됐고 신입사원도 1100명을 충원했다. 수출 급등이라는 외부 호재도 가세했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 안에서 상대적으로 뒤졌다는 평을 듣던 광주공장. 이 공장이 ‘우등생’으로 도약할 기회를 맞은 것이다.

“주간 근무조가 출근해서 맨 처음 확인하는 게 가동률 현황판입니다. 야간조의 기록을 깨기 위해섭니다. 일부 직원들은 공정에 문제가 생겨도 라인을 계속 돌리면서 하자보수를 하라고 요구할 정도입니다.”

불량률도 눈에 띄게 줄었다. 불량 건수가 대당 1.3∼1.4건으로 평균(3, 4건)보다 크게 낮다. 기아차 정비사업소가 “고용 불안을 느낀다”며 공장에 전화를 해온 적도 있었다. 고참들은 “품질은 손끝에서 나온다”고 독려하고, 신참들은 “미국 시장에서 한번 겨뤄 보자”며 각오를 다진다.

노조도 회사에 적극 협력하고 나섰다. 광주공장 노사는 작년 크리스마스에 특근을 하기로 합의했다. 광주공장이 성탄절에 정상가동하기는 1965년 설립 이후 처음이다.

광주공장이 재기에 성공하면서 지역 경제도 오랜 부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맞았다. 광주공장 매출액은 지난해 2조9000억 원에서 내년에는 5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광주지역 전체 제조업 매출액의 30% 선. 이 때문에 광주시는 광주공장과 인접한 도로를 ‘기아로’로 정하는 방안까지 추진 중이다.

스포티지는 현재 내수시장 주문만 2개월치(약 1만5000대)가 밀려 있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컨베이어벨트 위에서도 품질만은 최고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 주임은 다짐했다.

“후배들에게 미국 자동차 평가기관인 ‘JD파워’의 2005년 초기품질조사에서 스포티지가 94점 이상을 맞게 하자고 당부했습니다. 그 정도면 일본 차 수준입니다. 기본을 지키고 신념을 갖는다면 불가능한 목표가 아닙니다.”

광주=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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