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활성화대책]기술력만 있으면 코스닥등록 가능

  • 입력 2004년 12월 24일 17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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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비리나 도덕적 해이가 없는 벤처기업인이 사업에 실패하면 검증절차를 거친 뒤 기술신용보증기금 등의 지원으로 재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패자부활 프로그램’이 도입된다.

일반 투자자가 참여할 수 있는 코스닥 신규등록 기업의 공모주 배정물량이 20%에서 40%로 늘어나고, 코스닥의 1일 가격제한폭이 12%에서 15%로 확대된다.

정부는 24일 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벤처기업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 법개정이 필요하지 않은 사안은 내년 1분기(1∼3월)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코스닥 진입 문턱 낮춘다=정부는 바이오벤처, 지방벤처 등 민간투자가 취약한 분야에 2008년까지 1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또 기술신용보증기금이 벤처 보증 전담기관으로 나서 2005년부터 3년간 10조 원 규모의 보증을 해주고, 지분 분산 상태와 기술력이 좋은 기업은 외부 감사를 받는 조건으로 대표자의 연대보증 의무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

이와 함께 코스닥 등록 심사기준을 수익성에서 성장성 및 기술력으로 바꿔 자기자본수익률(ROE·당기 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비율)이 5%를 밑도는 벤처기업도 기술력만 있으면 코스닥에 등록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신규 등록기업은 법인세 부담도 줄여주기로 했다.

개인 및 기관투자가들의 벤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세제혜택도 준다. 우선 기관투자가들을 위해 보유주식 처분 시 양도소득세가 면제되는 소액주주의 범위가 발행주식 총수의 ‘3% 미만’에서 ‘5% 미만’으로 확대된다.

또 대기업이 투자목적으로 벤처기업에 출자하는 금액은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예외로 인정해주고 벤처투자조합에 출자한 개인투자자도 출자금액의 15%가 소득 공제된다.

▽왜 나왔나=벤처기업이 고용창출효과 등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음에도 벤처 투자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2001년 벤처거품이 꺼지면서 벤처기업 수는 당시 1만1392개사에서 올해 11월 말 현재 7433개로 줄었다. 벤처 신규투자 규모도 2000년 2조75억 원에서 올해(1∼11월) 4978억 원으로 급감했다.

▽벤처 붐, 다시 일까=증권업계는 일단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정책의 효과에 대해서는 엇갈리는 반응을 보였다.

코스닥위원회 코스닥관리부 이재훈(李在熏) 과장은 “코스닥 진입 장벽을 낮춰 바이오 등 첨단 산업의 우수 벤처기업을 유치하고 대신 부실기업 퇴출은 더욱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한 점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화증권 이종우(李鍾雨) 리서치센터장은 “진입 장벽은 낮췄지만 우수한 기업을 어떻게 유치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벤처업계 “제2거품 예방 윤리지침 마련”▼

벤처기업인들은 정부의 지원대책에 대해 적극적인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들은 벤처기업 지원대책 발표로 ‘제2의 벤처 거품’을 우려하는 투자자들의 시선을 의식하여 벤처업계 윤리지침을 마련하는 등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장흥순(張興淳) 한국벤처기업협회 회장은 24일 “사회로부터 벤처기업 전체가 신뢰를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며 “과거와는 달리 벤처기업협회 차원에서 윤리경영 지침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인 자정노력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력과 노하우를 갖춘 기업이 일시적인 자금난 등으로 도산했을 때 재기의 기회를 주는 ‘벤처패자부활제’ 도입이 벤처기업의 질적 도약을 도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이영남(李英南) 여성벤처협회 회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 벤처기업 지원대책은 양적 성장을 우선으로 다뤘다”며 “앞으로 패자부활제가 시행되면 실패한 우량 기업은 재도전의 기회를 얻고 부실기업은 자연스럽게 퇴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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