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평형 집값 더 떨어졌다

  • 입력 2004년 12월 16일 13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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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강남 집 값 잡았다고 좋아하겠죠. 그렇지만 서민들 집값이 더 많이 떨어진 사정은 모르나봐요."

15일 금천구 시흥동 B아파트 단지 내 번영공인중개사무소, 매물을 내 놓으려 사무실을 찾은 여러 주부들이 기다렸다는 듯 불평을 쏟아냈다.

벽산아파트 25평형은 올 초 1억8000만원선까지 거래가 됐으나 현재 급매물은 1억4000만원까지 내려갔다. 3억7000만원선이었던 42평형 급매물은 호가는 그래도 3억4000만원이어서 하락률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홍승국 공인중개사협회 금천구지회장은 "금천구를 '투기과열지구'로 계속 묶어두는 이유를 모르겠다. 25평형 B아파트만 해도 2002년 9월 입주 직후 1000만~2000만원 오른 게 가격상승의 전부이며, 최근 3개월새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정책과 경기불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산층과 서민들이 주로 거주하는 30평형 미만 아파트나 빌라, 다가구주택, 오피스텔 등의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피해 큰 소형평형= 전반적인 집값은 떨어졌지만 중대형 평형이나 고급아파트와의 격차는 더 커지고 있어 실제 소형평형 보유자 입장에서는 '10·29대책 이후 집값 안정'의 혜택을 별로 못 보고 있다.

본보 취재팀이 서울 금천 관악 강동 강서지역 아파트촌과 서초지역 다가구·빌라 밀집지역을 살펴 본 결과 3~4개월새 소형평수 호가가 최대 30%까지 하락한 경우도 있었다. 그나마 거래는 거의 없었다.

올 초 입주한 강동구 성내동의 S주상복합은 지하철역과 맞닿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2억원에 분양된 29평형 일부 가구가 1억9000만원에 매물이 나왔다. 소유주 김모씨(57)는 "임대수익을 낼 목적으로 퇴직금과 대출을 합쳐분양을 받았으며 지난달 겨우 세입자를 구했다. 이자와 세금을 내면 한달에 5만원정도 남는다"고 푸념했다.

역시 올해 준공된 관악구 신림동 신림역 앞 S오피스텔 23평형도 분양가 1억8000만원에서 2000만원이나 하락한 매물이 나와있다.

▽강남도 마찬가지= 최고급 중·대형과 소규모 다가구·빌라가 혼재돼 있는 서초구 반포4동은 양극화 현상이 더 심했다. 2억원짜리 25평형 빌라의 호가가 1억4000만원까지 낮아졌다. 올 초 4억원이던 한신서래아파트 27평형은 3억1000만원에 매물이 나왔다. 빌라의 경우 60평형대 이상은 연초보다 평당 100만원가량 하락한 1100만원선을 보이고 있지만 30평형대 미만은 평당 200만원 이상 하락, 일부는 800만원 밑으로 떨어진 상태다.

동서남북공인 허두한 대표는 "30평형미만은 매수세가 없어 올해 내내 단 한 건도 계약서를 쓰지 못했다"며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1,2월경 수첩에 매물번호가 200번까지 나갔던 적이 있는데 지금은 300번이 넘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조흥은행 잠원동지점 구진회 과장은 "과거 집값의 80%까지 대출을 받은 소형평형 가구주의 경우 현 시세가 당시 대출액 수준까지 떨어진 사례도 꽤 있다"며 "만기 때 일정액의 대출금을 상환받아야 하지만, 마찰을 우려해 일단 상환받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집값 하락, 어떻게 볼까= 물론 최근의 상황이 무주택자들에게는 호재다. 직장인 이모씨(37)는 "집값 부담이 줄어드는 것 같아 좋다"며 "더 떨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매수를 망설이고 있긴 하지만 몇 년 후 공급량이 줄어 또 1, 2년 전 같은 급등현상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든다"고 말했다.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서울, 수도권에서 1억~3억 정도 되는 집 한 채를 가진 가구주들이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피해를 가장 많이 볼 가능성이 높다"며 "종합부동산세 도입, 1가구3주택 중과세 등의 영향으로 외곽지역, 소형평형, 다가구, 빌라 등과 '우량 아파트'의 시세 격차는 갈수록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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