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연말손님 어디로 갔나”…소비심리 ‘꽁꽁’

  • 입력 2004년 12월 14일 1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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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침체의 끝이 안 보인다. 14일 신사복을 파는 서울 시내의 한 백화점 매장 모습이 한산하기만 하다. 김동주 기자
소비침체의 끝이 안 보인다. 14일 신사복을 파는 서울 시내의 한 백화점 매장 모습이 한산하기만 하다. 김동주 기자
《연말 경기가 실종됐다. 백화점과 달리 상승세를 이어 오던 할인점도 8개월 만에 매출 감소세로 돌아섰다. 식당은 전국에서 한 달에 5000여 곳이 문을 닫고 있다. 서울시내 3000여 개 지하도 상가 중 30% 이상은 임대료를 못내 서울시로부터 독촉장을 받고 있다. 달력을 제작하는 업체들도 직원을 반으로 줄일 정도로 불황을 타고 있다.》

▽불황의 늪에 빠진 백화점과 할인점 동반 하락=산업자원부가 14일 발표한 ‘11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백화점 매출은 작년 같은 달보다 7.2% 줄었다. 명품만 1.2% 늘었을 뿐 가정용품(―11.0%) 남성의류(―10.6%) 여성정장(―8.5%) 등 대부분 품목은 매출이 줄었다.

할인점도 작년 동기보다 매출이 2.9% 줄었다. 할인점의 구매 단가도 작년 동기 대비 2.0% 줄어든 4만3141원으로, ‘짠돌이 쇼핑’이 늘고 있음을 보여줬다.

백화점의 ‘연말 특수 실종’은 3∼12일 송년 세일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의 매출이 지난해 송년 세일 대비 각각 3.7%, 2.2% 줄었다. 롯데백화점도 1.8% 늘어나는 데 그쳤다.

겉으로 드러난 수치 외에 속내는 더 심각하다. A 백화점에서 올 11월까지 매출이 지난해 대비 11% 줄었다고 알려진 한 유명 핸드백 브랜드는 할인행사 기간을 뺀 정상 판매기간 매출은 지난해 대비 45% 감소였다.

한 백화점 바이어는 “백화점 상당수 품목이 그나마 초저가 할인 및 경품 행사 등으로 매출 외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백화점들의 정기 세일 행사 기간은 연간 총 79일로 지난해보다는 9일, 2000년보다는 19일이 길어졌다. 하지만 2년 연속 매출이 줄어들 전망이다.

▽터널 끝이 안 보이는 음식점, 재래시장 불황=13일 낮 12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 먹자골목. 점심시간이면 직장인들로 북적였던 이곳은 한산하기만 했다. 한 ‘아구찜 원조’ 식당에는 테이블 50개 중 단 2개에만 손님이 앉아 있었다. 한국음식업중앙회 백승호 대리는 “전국의 40여만 회원의 음식점 중 매월 5000개 업소가 폐업 신고를 내 지난해 3000여 곳에 비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재래시장의 경기를 잘 보여주는 곳 중의 하나가 비교적 저렴하게 물건을 파는 서울 시내 30개 지하도 상가의 3000여 지하상가. 전국지하도상가상인연합회에 따르면 내수 불황에다 서울시가 5월 임대료를 50∼300% 인상하는 바람에 상가의 3분의 1 이상인 1000여 곳이 서울시에 임대료를 체납했으며 50곳가량은 가게를 비워 놓고 있다.

▽달력 업체까지 구조조정=달력 제본 업체인 ‘선두문화’는 일감이 줄어 지난해 60명가량이던 직원을 올해 32명으로 줄였다. 이 업체 강신호 사장은 “달력 제본 물량은 기업들의 체감 경기 및 미래 경기 전망을 읽는 주요 지표”라며 “30여 년간 달력 제본 일을 해 왔는데 요즘처럼 힘든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주류업계에 따르면 내수침체에 접대비 실명제, 성매매 특별법 등 ‘악재’로 인해 올해 위스키업계 매출이 크게 줄었다. 디아지오코리아 진로발렌타인스 롯데칠성 등 5대 위스키 업체의 올 1∼11월 판매량은 235만9453상자(500mL짜리 18병 기준)로 지난해 같은 기간(292만8448상자)에 비해 19% 감소했다.

불황에 잘 팔리는 ‘서민의 술’ 소주도 올 10월까지 판매가 8325만5000상자(360mL짜리 30병)에 그쳐 작년 동기의 8360만 상자보다 0.4% 줄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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