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비상경영’ 선포 잇따라

  • 입력 2004년 12월 14일 01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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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당 원화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과 선진국의 경제성장률 둔화 가능성 등으로 내년 기업의 경영 환경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의 대표적 대기업들이 잇달아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나섰다.

대기업의 비상경영은 긴축경영을 통한 경비 절감뿐 아니라 인력 구조조정 등으로 본격화되고 있어 앞으로 고용 여건이 악화되고 내수 회복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LG전자의 김쌍수(金雙秀) 부회장은 13일 이 회사 사보(社報)에 실린 ‘비상경영 자세로 환율 위기 극복해야’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본격적 ‘비상경영’ 체제 돌입을 선포했다.

그는 “환율이 급락해 경영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며 환율이 1원만 떨어져도 엄청난 손실이 발생한다는 점을 생각할 때 한마디로 비상상황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김 부회장은 “투자 순위를 조정하고 내년 예산을 긴축 예산으로 재편성하기로 했으며 외환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보생명도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비용 절감에 나섰다. 저(低)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역마진에 따른 손실이 늘고 있는 데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보험시장의 여건도 호전될 기미가 없기 때문이다.

교보생명 신창재(愼昌宰) 회장은 이날 사내(社內) 방송을 통해 △연간 총비용 동결 △업무추진비 20% 절감 △중복 비용 집행 근절 △물자 절약 등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이어 “2000년부터 외형 경쟁을 하지 않고 내실 경영을 해온 것은 올바른 선택이었다”며 “그러나 보험업계가 당면한 상황이 우리를 긴장시키고 있어 비상경영 체제를 선포한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도 이날부터 과장급 이상 관리직 중간 간부들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는 등 강도 높은 인력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이번 구조조정은 환율 하락과 원자재 값 상승 등으로 내년 경영환경이 악화될 것을 대비한 것으로 매년 실시한 인력 감축보다 규모가 더 클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측은 “구조조정의 폭은 업무 실적과 명예퇴직 신청자 수에 따라 유동적”이라고 밝혔으나 올해 성과가 부진했던 기아차의 경우 인력 감축 규모가 과장급 이상 간부들의 5%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김승진 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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