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지분 사주기 ‘민족주의’논란

  • 입력 2004년 12월 13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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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주의적 성향의 표출인가, 아니면 외국인투자자들의 과도한 영향력 행사를 막기 위한 적절한 대응인가.”

최근 금융감독위원회가 국내 은행의 외국인 이사 수 제한을 추진하고 일부 국내 기업들이 SK㈜ 지분을 잇달아 사들이면서 ‘민족주의’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을 제기한 곳은 영국의 경제신문 파이낸셜타임스(FT).

FT는 13일자 기사에서 삼성전자가 최근 1170억 원을 투입해 SK㈜의 지분 1.4%를 사들인 것과 관련해 “한국의 강력한 재벌이 외국인투자자들의 적대적인 인수에 대응하기 위해 결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FT는 ‘삼성이 SK㈜의 백기사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은 사실이 아니다’는 삼성의 해명을 덧붙이면서도 “삼성이 재벌을 보호하려고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펀드를 통해 투자했을 수도 있다”는 외국계 펀드 매니저의 분석을 전했다.

FT는 이에 앞서 국내 은행의 외국인 이사 수 제한 움직임 등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이 신문은 지난달 30일에는 별도 사설을 통해 국내 은행의 외국인 이사 수 제한에 대한 윤증현(尹增鉉) 금감위원장의 발언과 울산 시민의 SK㈜ 주식 사 모으기 운동 등을 거론하며 “한국의 정부 당국자들과 경제계 인사들이 반(反)외국인 투자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금감위는 FT에 기고문을 싣고 “윤 위원장의 발언은 외국인 이사가 주어진 임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국내 영업 및 법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을 지적한 것으로 FT가 이를 ‘민족주의’나 ‘보호주의’로 규정한 것은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SK㈜의 2대 주주인 소버린자산운용은 최근 삼성전자 팬택 등 SK㈜ 우호지분의 결집 움직임 속에 외국인 주주들의 지분 매각이 이뤄진 것에 대해 “최근 SK㈜ 주식을 둘러싼 움직임은 SK㈜ 경영진의 정직성과 기업지배구조 개선 의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결여돼 있음이 드러난 것”이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소버린의 제임스 피터 대표는 “이는 SK㈜의 기업지배구조 개혁이 왜 필요한지를 다시 한번 보여주는 것”이라며 “소버린을 비롯한 주주들은 SK㈜ 경영진이 상징적인 제스처보다는 진정한 개혁을 선택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SK㈜는 “SK㈜의 지배구조 개선이나 실적 개선 등은 시장의 요구보다 훨씬 좋은 수준이기 때문에 주주들의 신뢰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연세대 경제학과 이두원(李斗遠) 교수는 “금융산업에 대해 안정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은 선진국도 하는 일인 만큼 정당성이 있다”며 “다만 국내 기업이 외국인들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것이 못마땅하다면 외국인들이 넘보지 못할 만큼 우리가 먼저 취약점을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임원의 국적 및 거주지 제한규정
한국·현재는 별도 규정 없음·금융감독위원회를 중심으로 외국인 이사를 전체의 절반 이하 로 제한하는 방안 검토
미국·특별한 허가가 없는 한 모든 이사는 미국 시민권자·이사의 절반 이상은 선임 1년 전부터 은행 본점이 있는 주나 주소지 100마일(약 160km) 이내에 거주
싱가포르·이사의 절반 이상이 내국인이어야 함
자료:금융감독위원회

공종식 기자 kong@donga.com

김태한 기자 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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