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부담 껑충…“매출 30% 줄었는데 세금은 꼬박꼬박…”

  • 입력 2004년 11월 26일 1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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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단지 내던진 음식점 주인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세금 부담은 꾸준히 늘어 조세저항이 심해지고 있다. 경기 침체 때문에 매출이 급감하고 있는 음식점 주인들은 이달 초 서울 여의도 한강둔치에서 세 부담을 낮춰줄 것을 요구하며 솥을 내던지는 ‘솥뚜껑 시위’를 벌였다.-동아일보 자료사진
솥단지 내던진 음식점 주인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세금 부담은 꾸준히 늘어 조세저항이 심해지고 있다. 경기 침체 때문에 매출이 급감하고 있는 음식점 주인들은 이달 초 서울 여의도 한강둔치에서 세 부담을 낮춰줄 것을 요구하며 솥을 내던지는 ‘솥뚜껑 시위’를 벌였다.-동아일보 자료사진
▼“매출 30% 줄었는데 세금은 꼬박꼬박…”▼

“장사를 해서 이득이 나야 세금도 낼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적자를 보고 있는데도 세금은 꼬박꼬박 받아가고 있으니….”

서울 중구에서 10년째 횟집을 운영하는 김모씨(58)는 요즘 매출 장부를 보면 “속이 뒤집어진다”고 말한다. 손님의 발길은 점점 줄어드는데 세금 부담만 늘었기 때문.

올해 하반기 들어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급감하면서 매달 적자를 내고 있는데도 지난달 말 부가세 중간 예납으로 241만7000원을 납부해야 했다.

그나마 올해 상반기까지는 그럭저럭 장사가 돼서 버틸 수 있었다.

불황 속에서도 1억281만5000원의 매출을 올려 부가세로 343만9000원을 냈다. 작년 상반기에는 매출 9417만4000원에 부가세는 186만7000원이었다. 매출은 9% 늘었는데 부가세 확정 신고금액은 84% 급증한 것. 상반기 중 미리 중간 예납한 금액을 감안하더라도 세금이 너무 많이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무서에서 신용카드 매출액에서 공제를 해주는 비율이 2%에서 1%로 내렸다고 하더군요. 공제금액이 줄어드니까 세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죠.”

김씨는 이달 초 서울 여의도 한강둔치에서 열린 ‘솥뚜껑 시위’에 참가했다.

그는 한국음식업중앙회에 회원으로 가입한 식당 주인 3만여명과 함께 주방에서 쓰는 솥을 던지며 세제 개혁 등을 요구했다.

김씨는 내년이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웃 식당들이 속속 간판을 내리는 상황에서 장사를 계속할지도 고민이 됐다.

“정말 이렇게 가다가는 세금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공무원들도 현장 상황을 파악해 가며 세금 정책을 만들어야 합니다. 하필 경기가 최악의 상황일 때 세금을 올리다니 어이가 없어요.”

차지완기자 cha@donga.com

▼“월급 올라도 세금-연금으로 다 떼어가”▼

대기업 입사 5년차인 박모씨는 최근 가벼워진 ‘월급봉투’를 실감했다. 이달치 월급명세서를 4년 전과 비교해 보니 세금과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 부담이 소득 증가분보다 더 늘어나 실제 수령액이 예상보다 적었던 것.

박씨의 월급은 2000년 11월 145만원에서 이달에는 202만1000원으로 4년 만에 57만1000원이 늘었다.

그러나 근로소득세와 주민세,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고용보험료 등을 빼면 실제로 손에 쥔 증가분은 36만8030원에 불과했다. 이 기간 중 그가 내야 할 세금은 2.5배, 국민연금은 3.7배, 건강보험료는 2.6배로 각각 늘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이것저것 떼고 얼마 남지 않은 월급 명세서를 볼 때마다 가슴이 답답하다”며 “세무당국이 소득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유리알 지갑’인 직장인만 쥐어짜고 있다”고 말했다.

월급쟁이들의 삶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경기 침체 등으로 소득은 크게 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월급에서 떼어가는 세금과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의 부담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2·4분기(4∼6월) 전국 도시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297만1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 늘었다. 물가를 감안한 실질 소득 증가율은 1.6%에 머물렀다.

반면 세금 납부액은 월평균 9만7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2% 늘어났다. 또 공적연금(국민연금 퇴직기여금 등)과 사회보험료(건강보험료 고용보험료 등)는 각각 8.0%, 7.0% 증가했다.

재정경제부가 국회에 제출한 ‘2004년 국세수입전망’에 따르면 근로소득세는 올해 9조6304억원이 걷힐 것으로 예상돼 지난해에 비해 15.1% 늘어날 전망이다.

박 용기자 parky@donga.com

▼“집 한채 전재산… 보유세 부담에 이사”▼

서울 강남구에 사는 이모씨(59)는 최근 이사를 가기로 결심한 뒤 심란한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고 있다.

“15년 가까이 살아 정든 탓도 있지만 생활비 부담을 이기지 못해 집을 옮겨야 하는 처지가 처량하게 느껴집니다.”

이씨는 은행원으로 23년, 중견기업 재무담당 임원으로 7년 등 30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적잖은 돈을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퇴직 후 창업한 회사를 4년 남짓 운영하면서 거의 대부분을 날린 상태다.

이제 그에게 남은 재산은 48평형 아파트 한 채와 은행에 넣어둔 약간의 퇴직금.

그런데 정부가 부동산 관련 세제를 대폭 개편하면서 세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강남에 사는 게 어려워졌다.

지난해까지 그가 낸 보유세는 재산세와 종합토지세를 합쳐 모두 72만3540원이었다.

그런데 세금을 부과하는 기준이 대폭 상향 조정되면서 올해는 154만4670원으로 2배 넘게 늘어났다.

문제는 내년부터다. 새로 시행되는 종합부동산세를 물어야 하는 데다 지방교육세 등 부가세금과 공동시설세 도시계획세 등 재산세와 함께 부과되는 세금의 과세표준이 국세청 기준시가의 50%로 조정되면 보유세가 273만원으로 늘어나고, 이후 해마다 세금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남들은 강남에 있는 48평형대 아파트에 살면서 1년에 100만원 정도 늘었다고 엄살 부리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퇴직금으로 생활하는 처지에 이런 세금 증가는 엄청난 부담입니다.”

이씨는 “세금 부담을 늘려 부동산투기세력을 잡겠다는 정부의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평생 직장생활을 통해 모은 재산이 집 한 채뿐인 사람들에 대해서는 세제상의 배려가 필요한 것 아니냐”며 씁쓸해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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