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러시’… 弱달러-低금리로 金 찾는 고액자산가 급증

  • 입력 2004년 11월 15일 1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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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金)이 새로운 투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저금리와 달러화 가치 하락(원-달러 환율 하락) 등으로 국내외 금융환경이 불투명해지면서 안전 실물자산인 금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

▽골드러시=외국처럼 상품선물거래소가 발달하지 않은 한국에서 금에 투자하는 방법은 서울 종로 등 귀금속시장에서 직접 금을 사거나 국제 금값을 기초로 하는 파생상품 펀드에 간접 투자하는 것이다.

금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은 직접투자든 간접투자든 공통적인 현상이다.

종로 귀금속시장의 경우 최근 들어 금을 kg단위(1kg은 226돈)로 사들이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금 도매업체인 S사 김모 사장은 “9월 들어 5∼6kg씩 금을 사는 사람이 한 주에 2, 3명은 된다”면서 “과거에도 100∼200돈씩 사는 사람은 있었지만 요즘처럼 kg단위로 금을 사는 것은 최근 10년 내에는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 1kg 시세가 1680만원 정도여서 여유 있는 사람들이 1억원 정도를 투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금융권에서 유일하게 골드뱅킹을 운영하고 있는 신한은행의 ‘신한골드리슈’도 8월 콜금리 인하 이후 판매 잔액이 80% 이상 급증했다.

신한은행 최재열 상품개발실장은 “작년 11월 첫선을 보인 이후 올해 8월까지 평균 판매 잔액이 250억∼270억원에 불과했지만 최근 3달 동안 200억원이 추가로 늘었다”고 말했다.

금 투자 열기에 맞춰 신한·조흥은행, CJ자산운용, 삼성증권 등이 최근 내놓은 금 투자 펀드도 상품이 나올 때마다 모집 금액이 예상치를 크게 웃돌고 있다.

▽금 투자 늘어나는 이유=금은 수익성 안전성 환금성이라는 투자의 3박자를 갖추고 있다.

12일 현재 국제 금값은 올해 1월 말보다 8.9% 올랐다. 국내 금 시세가 불경기로 수요가 줄어 국제 금값보다 3∼4% 저평가돼 있음을 감안하면 추가 상승여력도 있다.

안전 유동자산으로 여겨졌던 달러화 가치가 급락하고 유가가 고공 행진하는 점도 금 투자 증가의 요인.

CJ자산운용 강창주 차장은 “달러화 가치가 10% 하락하면 금값은 8% 오를 정도로 달러와 금은 강한 역(逆)관계에 있다”면서 “최근 고유가로 인플레이션이 우려되면서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대체 실물자산인 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환은행 프라이빗뱅킹본부 김희철 부장은 “금은 별도의 등기 절차 없이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어 양도소득세나 증여세 등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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