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의존도 높은 한국경제 비상=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선물가격(11월물)은 28일 배럴당 49.90달러로 마감했지만 장중 한때 50.47달러까지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유가 50달러 시대’에 접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유가의 오름세가 계속될 경우 하루 230만배럴의 원유를 사용하는 에너지 고소비형 산업구조를 가진 한국으로서는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유가 상승은 물가 상승을 유발해 인플레 압력을 높이고 성장률을 떨어뜨리며 제조업의 원가 상승과 수출산업의 가격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연간 8억배럴 정도의 원유를 수입하므로 배럴당 1달러 오르면 8억달러의 상품수지 악화요인이 된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29일 유가 급등세가 지속되면 한국 등 아시아의 경제성장률이 크게 둔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ADB 이프잘 알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석유 수입국 가운데 한국과 중국 홍콩 인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등이 고유가 타격이 가장 클 것”이라며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를 유지한다면 중대한 경기 하강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5% 성장 물 건너가나=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보이던 이달 초 언론브리핑에서 “국제유가가 40달러대까지 올라가지 않는 이상 올해 경제성장은 5%대로 판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들어 최근까지 평균 유가는 배럴당 31∼33달러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연초 경제운용 계획을 세울 때 예상했던 배럴당 24달러보다 무려 10달러 가까이 높은 것이다.
이 때문에 상당수 민간 전문가들은 “올해 5% 성장률 달성의 최대 변수는 유가 움직임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저성장-고물가’ 우려 고조=무엇보다도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하느냐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달 초 한 보고서를 통해 내년 중 국제유가가 브렌트유 기준으로 배럴당 50달러대로 높아질 경우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한은은 브렌트유가가 50달러대에 이르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대로 떨어지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 내외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마디로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한다는 것이다.
브렌트유는 28일 47.07달러까지 올라 조만간 5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손성원 미국 웰스파고은행 수석부행장은 최근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수 침체와 고유가가 한꺼번에 작용하면 한국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일단 스태그플레이션이 진행되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걷잡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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