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안고 뛴다]<2>중소 벤처기업 알티캐스트

  • 입력 2004년 9월 21일 17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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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티캐스트 지승림 사장이 위성방송 소프트웨어의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이 회사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는 국내 위성방송인 스카이라이프의 수신기를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원대연기자
알티캐스트 지승림 사장이 위성방송 소프트웨어의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이 회사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는 국내 위성방송인 스카이라이프의 수신기를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원대연기자
《“이젠 합숙 좀 그만 합시다.” 20일 오후 5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나라종합금융빌딩 16층에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알티캐스트 연구실. 이 회사 지승림(池升林) 사장은 독일 방송사에 보낼 소프트웨어를 점검하기 위해 야근을 준비하는 직원들에게 “밤새는 일을 줄이자”고 당부하고 있었다. 벤처 거품이 가라앉은 서울 강남역 부근에서는 4, 5년 전의 화려했던 신생 기업의 간판은 찾기 힘들다. 하지만 이 회사 연구실은 테스트 장비의 깜박이는 불빛과 직원들의 땀 냄새로 기술 개발의 열기를 품고 있었다.》

▽어려움을 딛고 기술로 우뚝 서다=1999년 설립된 알티캐스트는 지난해 초까지 별다른 매출을 내지 못하고 기술 개발에 주력했다. 하지만 디지털 방송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내놓은 지난해 12월부터 ‘세계가 주목하는 기업’으로 급성장했다는 평을 듣는다.

이 회사는 위성방송 수신기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를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한 뒤 올해 이탈리아 시장에 내놓았다. 로열티 수입만 500억원에 이를 전망. 이탈리아에서 디지털 방송용 수신기를 판매하는 업체는 삼성전자 휴맥스 노키아 등 6개인데 이 가운데 4개 업체가 알티캐스트의 소프트웨어를 쓴다. 또 ‘알티캡터’ 등의 프로그램은 세계 유명업체들이 내놓은 제품을 제치고 국내 위성방송인 스카이라이프에 공급돼 상용화의 길을 열었다.

물론 어려움도 있었다.

지난해 11월 알티캐스트 연구원 110명은 모두 퇴출 위기에 몰렸다. 당시 이 회사는 외부 투자가가 맡긴 250억원을 모두 쓴 뒤 자본 잠식 상태에 빠졌던 것. 2000년 삼성중공업 부사장을 지내다가 이 회사로 옮긴 지 사장은 “대기업에서 연간 12조원도 만져봤지만 중소기업에서 100만원이 귀한 줄 처음 알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회사가 개발한 각종 기술과 계약서를 모두 담보로 내놓고 금융권을 설득하는 한편 시장 개척에 나섰다. 그 결과 긴급 자금 50억원을 유치한 뒤 외국 방송사와 계약을 했다. 또 핵심 인재 및 기술 유출 위기도 벗어났다.

4년간 별다른 매출 실적이 없던 기업이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도 눈에 띈다. 지 사장은 “시장에 진출할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며 조직의 동요를 막았다”고 말했다. 장기간 매출이 없을 때는 ‘표준이 될 기술을 먼저 개발하고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이었다.

▽인재에 중점 투자=알티캐스트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히는 연구개발(R&D) 인력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2000년 40명이던 이 회사의 연구 인력은 최근 110명으로 증가했다.

지 사장은 “대기업과 비교할 때 자금 경영시스템 등 모든 면에서 뒤지는 중소기업이 혁신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집중 투자할 수 있는 분야가 인재 양성 분야”라고 말했다.

유인경(柳寅景) 부사장은 “제품의 성능 중 1%라도 수요자에게 맞지 않으면 시장에서 밀려나기 때문에 새로 들어오는 연구 인력은 품질 분야를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인재 관리와 양성 방법은 상당히 파격적이다. 지 사장은 “연말 성과급을 빼면 연구원 연봉이 국내 대기업 연구원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올해부터는 연구원 해외 연수제도도 도입했다”고 밝혔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다음은 ‘투자의 씨’가 마른 국내 기업 현실에서 27년간 기업가 정신을 잃지 않고 투자와 기술개발에 정진해 전자부품 업계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된 기업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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