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움을 딛고 기술로 우뚝 서다=1999년 설립된 알티캐스트는 지난해 초까지 별다른 매출을 내지 못하고 기술 개발에 주력했다. 하지만 디지털 방송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내놓은 지난해 12월부터 ‘세계가 주목하는 기업’으로 급성장했다는 평을 듣는다.
이 회사는 위성방송 수신기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를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한 뒤 올해 이탈리아 시장에 내놓았다. 로열티 수입만 500억원에 이를 전망. 이탈리아에서 디지털 방송용 수신기를 판매하는 업체는 삼성전자 휴맥스 노키아 등 6개인데 이 가운데 4개 업체가 알티캐스트의 소프트웨어를 쓴다. 또 ‘알티캡터’ 등의 프로그램은 세계 유명업체들이 내놓은 제품을 제치고 국내 위성방송인 스카이라이프에 공급돼 상용화의 길을 열었다.
물론 어려움도 있었다.
지난해 11월 알티캐스트 연구원 110명은 모두 퇴출 위기에 몰렸다. 당시 이 회사는 외부 투자가가 맡긴 250억원을 모두 쓴 뒤 자본 잠식 상태에 빠졌던 것. 2000년 삼성중공업 부사장을 지내다가 이 회사로 옮긴 지 사장은 “대기업에서 연간 12조원도 만져봤지만 중소기업에서 100만원이 귀한 줄 처음 알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회사가 개발한 각종 기술과 계약서를 모두 담보로 내놓고 금융권을 설득하는 한편 시장 개척에 나섰다. 그 결과 긴급 자금 50억원을 유치한 뒤 외국 방송사와 계약을 했다. 또 핵심 인재 및 기술 유출 위기도 벗어났다.
4년간 별다른 매출 실적이 없던 기업이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도 눈에 띈다. 지 사장은 “시장에 진출할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며 조직의 동요를 막았다”고 말했다. 장기간 매출이 없을 때는 ‘표준이 될 기술을 먼저 개발하고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이었다.
▽인재에 중점 투자=알티캐스트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히는 연구개발(R&D) 인력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2000년 40명이던 이 회사의 연구 인력은 최근 110명으로 증가했다.
지 사장은 “대기업과 비교할 때 자금 경영시스템 등 모든 면에서 뒤지는 중소기업이 혁신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집중 투자할 수 있는 분야가 인재 양성 분야”라고 말했다.
유인경(柳寅景) 부사장은 “제품의 성능 중 1%라도 수요자에게 맞지 않으면 시장에서 밀려나기 때문에 새로 들어오는 연구 인력은 품질 분야를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인재 관리와 양성 방법은 상당히 파격적이다. 지 사장은 “연말 성과급을 빼면 연구원 연봉이 국내 대기업 연구원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올해부터는 연구원 해외 연수제도도 도입했다”고 밝혔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다음은 ‘투자의 씨’가 마른 국내 기업 현실에서 27년간 기업가 정신을 잃지 않고 투자와 기술개발에 정진해 전자부품 업계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된 기업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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