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봉-문정빈 연구원 “신차의 美 우리 손끝에서 나왔어요”

  • 입력 2004년 9월 5일 17시 15분


코멘트
현대디자인연구소 장재봉 선임연구원(왼쪽)과 기아디자인연구소 문정빈 선임연구원. 이들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기아차그룹 본사에 전시된 신차 쏘나타와 스포티지 앞에서 이 차들의 디자인 콘셉트와 특징을 설명했다. -김미옥기자
현대디자인연구소 장재봉 선임연구원(왼쪽)과 기아디자인연구소 문정빈 선임연구원. 이들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기아차그룹 본사에 전시된 신차 쏘나타와 스포티지 앞에서 이 차들의 디자인 콘셉트와 특징을 설명했다. -김미옥기자
요즘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내부 분위기는 고무적이다. 잇따라 내놓은 신차들이 내수 불황에도 불구하고 연일 많은 판매(계약) 건수를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새 쏘나타(프로젝트명 NF)는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톱5’에 올라설 주요 무기로 내세운 야심작. 기아자동차 스포티지(KM)도 정몽구 회장이 직접 신차발표회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등 그룹 차원에서 힘을 실어주는 모델이다.

현대차와 기아차 디자인팀의 장재봉(張宰鳳·38), 문정빈(文正彬·37) 선임연구원은 신차 발표회 이후 얼굴이 활짝 폈다. 이들은 각각 쏘나타와 스포티지의 라인을 탄생시킨 책임 디자이너들이다.

▽“미래 신차 디자인 이미 한창”=두 사람은 신차에 대한 시장의 반응에 만족하는 표정이었다.

“스포티지는 3년 전에 디자인 작업에 착수했던 모델입니다. 미래 차량을 디자인하는 입장에서는 이미 잊혀져 가는 모델이라고 할 수 있죠. 과거의 선택이 맞았다는 점을 이제 확인하게 돼 마음이 놓입니다.”(문 연구원)

장 연구원은 쏘나타가 혼다 어코드나 아우디 A6와 닮았다는 소비자들의 평가에 서운함을 표시했다.

“수십 차례 조사, 분석을 거쳐 소비자에게 먹히는 디자인의 방향성을 찾은 결과였어요. 고급 명차와 비슷하게 봐 주니 좋은 반응일 수도 있네요.”

장 연구원은 91년 입사해 아반떼와 산타페, 투싼, 테라칸 등 디자인 작업에 참여한 베테랑 디자이너. 문 연구원은 93년 현대차 디자인연구소에 들어가 그랜저XG, 아반떼XD, EF쏘나타 인테리어 등을 맡은 뒤 99년 기아차로 옮겨왔다. 두 사람은 내년 이후 선보일 신차 개발 때문에 주말에도 출근을 하고 있다. 이달 파리모터쇼에 내놓을 콘셉트 카의 막바지 작업도 진행 중이다.

몇 달씩 밤을 새우는 것은 다반사라고 했다. 어떤 디자이너는 며칠씩 밤샘 작업을 하다가 집에 쌀이 떨어졌다. 만삭인 그의 아내가 쌀을 사러 움직이지도 못하고 라면으로 저녁을 때운 이야기가 사내에서 회자되기도 했다.

▽각자의 색깔로 간다=장 연구원은 세단인 쏘나타에 앞서 현대차의 5인승 콤팩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투싼도 디자인했다. 몇 달 간격으로 같은 차종을 선보인 문 연구원과 경쟁자가 되는 셈이다. 두 차종은 엔진과 플랫폼이 같기 때문에 디자인이 결정적인 승부 요소였다.

화려한 색깔과 함께 스포티지가 주목받으면서 투싼은 상대적으로 밀리는 분위기.

“선례가 있는 경우 하아가는 부담감이 큽니다. 투싼 후속으로 나오는 스포티지 디자인의 차별화 문제를 놓고 막판에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문 연구원)

“최선을 다해서 미련 없습니다. 어차피 모든 소비자를 충족시킬 수 없고 국내 시장에서 승부가 끝나는 것도 아니잖아요. 해외 시장의 반응을 기다려 볼 겁니다.”(장 연구원)

현대, 기아차의 디자인은 앞으로 BI(Brand Identity) 전략에 따라 각자의 길을 걷게 된다. 한 브랜드의 여러 모델에 일관적으로 적용되는 패밀리 룩(Family Look) 작업도 강화될 전망이다.

두 연구원은 “그래도 현대, 기아차 디자인팀의 ‘머릿발 서는’ 경쟁은 계속된다”고 입을 모았다. 같은 건물을 쓰고 있지만 서로의 디자인실에 들어가거나 디자인 협의를 하는 일은 없다. 내부에서조차 각자의 디자인 기밀은 철저하게 유지되는 편. 문 연구원은 스포티지 개발 단계에서 투싼 디자인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이들은 한국 자동차 디자인의 개발을 위해 충분한 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 연구원은 “자동차 디자인은 시간과의 싸움인 데다 BMW나 메르세데스벤츠 같은 세계적인 명차 디자인을 따라잡아야 하는 상황인 만큼 앞으로 계속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