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그룹의 파워’ 한미銀 파업 국제관심 끌어

  • 입력 2004년 7월 13일 17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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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파업 종결을 위한 잠정 합의안 도출.”(12일 오전 10시)

“긴급: 한미은행 노조 찬반투표 실시.”(12일 오후 7시)

한미은행의 노사 협상이 타결된 12일 프랑스 통신사 AFP는 모두 7건의 기사를 타전하며 급박한 상황을 시시각각 전 세계에 알렸다. 로이터와 DPA통신도 18일 만의 노조 파업 종결과 한미은행 영업 정상화를 비중 있게 다뤘다.

국내 8개 시중은행 가운데 자산 규모 7위인 한미은행의 파업이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은 것. 한미은행의 주인이 세계 최대 금융그룹인 씨티그룹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자본과 한국 노조의 대결=AFP 한국지사 임장원(任章垣) 기자는 13일 “이번 파업 사태는 씨티그룹으로 상징되는 글로벌 자본과 한국 금융노동자의 대결이었다는 점에서 전 세계 외국인투자자들의 관심이 크다고 판단해 관련 내용을 비중 있게 전했다”고 말했다.

일부 외신은 ‘국부(國富) 유출 금지’나 ‘독립경영 보장’ ‘상장 폐지 철회’ 등 경영권과 주주권을 침해하는 노조의 주장에 대해 직접적인 우려를 표시했다.

로이터는 12일 관련 기사에서 “외국인투자자들은 한국에서 사업하기 힘든 이유로 노조 문제를 꼽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다우존스뉴스도 2일 외국인투자자들이 한국 노조의 활동 관행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나경제연구소 배현기(裵顯起) 금융팀장은 “외국인투자자들은 개별 국가와 기업의 가치를 늘 계산하고 있다”며 “글로벌 경제의 룰을 벗어난 주장은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의 투자 매력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노조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영권은 양보 못하는 글로벌 자본=지난해 신한금융지주로의 매각을 둘러싸고 벌어진 조흥은행 노조의 파업사태는 정부가 개입하고 노조가 독립경영 등 경영권에 관한 양보를 받아내고서야 끝났다.

그러나 한미은행은 “경영권과 주주권에 관한 사항은 노사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는 원칙을 지켰다. 씨티그룹의 글로벌 경영원칙이 지켜진 것.

▼“10월까지 통합작업 완료”

한편 하영구(河永求) 한미은행장은 이날 파업이 길어진 이유에 대해 “원칙과 정도를 최대한 지키면서 협상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흥은행 파업 당시 하루 최대 6조원의 고객 돈이 이탈한 것과는 달리 한미은행에서는 18일 동안 3조원 미만이 빠져나간 것은 글로벌 자본의 파워를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하영구(河永求) 한미은행장은 13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조파업 사태가 마무리된 만큼 관계당국의 허가를 얻어 올해 10월까지 한미은행과 씨티은행 서울지점의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미은행은 올해 9월 통합작업을 마칠 예정이었으나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2일까지 18일 동안 진행된 노조의 파업 사태로 목표 시한을 한 달가량 늦춘 것.

노사 양측은 이날 15개항으로 이뤄진 노사 합의안에 서명했다. 한미은행의 전국 223개 지점은 이날부터 정상 영업에 들어가 노조파업 사태가 최종 마무리됐다.

한미은행 노사의 쟁점별 합의 내용
쟁점합의내용
고용보장 및 근로조건 개선 관련 사안
(사측이 노조 주장 수용)
―사무직군제도 3년 내 폐지
―자동호봉승급제 단계적 도입
―노조원 1인당 월 기본급 400% 상당의 합병 보로금(보상 및 위로금) 지급
금융권 공동 임금 및 단체협상(공단협) 관련 사안(노조가 사측 주장 수용)-공단협 타결 이후에 다시 논의
경영권 및 주주권 관련 사안
(노조가 사측 주장 수용)
-사측이 회의록 형식으로 원칙 언급
자료:한미은행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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