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銀“상장폐지 철회-고용보장” “경영권침해는 양보못해”

  • 입력 2004년 7월 7일 1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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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은행 노조의 파업 사태가 13일째를 맞은 7일에도 노사협상은 타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미은행 파업은 노조측의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요구안을 회사가 거절하자 지난달 25일 노조측이 한미은행 본점을 점거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회사측은 “노조가 경영권에 관한 사항 등 너무 다양하고 많은 내용을 한꺼번에 요구하고 있다”면서 ‘원칙’을 고수해 왔다. 반면 노조는 “사측이 ‘원칙’만을 고수하며 협상에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며 반발해 왔다.

협상이 길어지면서 노조는 처음 제시했던 38개의 요구안 가운데 조합원 1인당 3년치 연봉에 해당하는 보로금(보상금과 위로금) 지급 등 13개 안을 철회했다. 그러나 노사는 여전히 몇 가지 핵심 쟁점에서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경영권 관련 사항=노조는 상장폐지 철회, 국부유출 방지, 독립경영 보장, 상호(商號) 유지 등 경영권에 관련된 사항도 협상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항은 단체협상의 대상이 아니며 경영권 또는 주주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노조측도 이 점을 인정하고 있다. 금융노조 양정주(楊正周) 교육홍보부장은 “경제가 아무리 어려워도 외국 자본에 한국의 금융주권을 무작정 넘겨줄 수는 없다”며 “이번 기회에 이 문제에 대한 여론을 환기시키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상장이 폐지되면 경영에 대한 시장의 감시나 통제가 불가능하며 막대한 이익이 배당금 등의 형식으로 해외로 유출된다는 게 노조의 주장. 이를 막으려면 대주주에 대한 경영의 독립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진회(朴進會) 부행장은 “한미은행은 상장 폐지에도 불구하고 미국 및 한국 금융당국의 이중 감시를 받게 되며 한국에서의 이익금은 상당부분 유보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측은 경영권에 대한 주장에는 합의할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조합원들의 우려를 충분히 듣고 불확실성을 해소하도록 문서로 언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고용보장 및 근로조건 개선 사안=노조가 주장하는 사무직군제도(단순 사무직을 일반직과 구별하는 제도) 폐지와 자동호봉승급제도의 도입 등이 핵심이다.

노조는 사무직군제도가 다른 은행에 없는 불평등한 제도이므로 8월부터 없애자고 주장하고 있다. 사측은 통합 은행의 새 인사제도 차원에서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노조는 자동호봉제도를 다음달부터 당장 시행하자고 주장하고 있으나 사측은 책임자급에는 호봉 차등을 두어야 한다고 맞서 절충이 진행되고 있다.

고용보장 문제와 관련해 노조는 대주주인 씨티그룹이 씨티은행 서울지점에 해준 것과 같은 수준의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씨티은행 직원들에게 “조합원의 연고지, 전공, 경력, 적성, 본인의 의사 등을 최대한 고려해 적재적소에 배치하며 당사자와 노동조합이 이의를 제기하면 회사와 노조는 성실히 협의한다”고 보장했다.

사측은 ‘인사담당 임원은 한미은행 출신으로 한다’거나 ‘조직 개편 때 조합과 합의를 한다’는 등의 요구는 경영권에 관한 사항이어서 합의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권 공동 임금 및 단체협상(공단협) 사안=금융권은 38개 사업장 대표와 노조 대표가 모여 공단협을 타결한 뒤 개별 사업장이 이를 토대로 추가 협상을 벌인다.

그러나 노조는 올해 9월 이후 한미은행이 씨티은행 서울지점과 합병이 된다는 특별한 사유를 들어 사측에 별도의 임단협을 요구해 문제가 복잡해졌다. 노조는 임금 8.6% 인상과 비정규직의 고용안정 등 공단협 관련 내용을 미리 합의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한미은행 노사의 쟁점별 협상 내용 (자료:한미은행)
항목노조 요구은행측 입장
고용보장 및 근로조건 개선 관련 사항―고용안정 보장 및 조직문화 유지
―사무직군제도 폐지
―자동호봉승급제 도입
―협상 가능
―일부 경영권 침해 사항 은 합의 불가
금융권 공동 임금 및 단체협상(공단협) 사항―임금 8.6%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및 고용안정
―별도 합의 불가
―공단협 결정사항 존중
경영권 및 주주권 관련 사항―상장폐지 철회
―국부유출 방지
―독립 경영
―상호유지 및 지점 수 유지 등
―합의 불가
―조합원 의견 청취 후 문서로 방침 천명 가능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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