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업 등록해야” “지으랄 땐 언제고” 펜션 규제강화 논란

  • 입력 2004년 5월 31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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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북제주군 애월읍 해안도로. 도로를 따라 탁 트인 해안을 마주보고 수십개의 펜션(고급 민박)이 줄지어 서 있다.

그러나 이들 중 10개의 펜션은 7월부터 일반 전원주택으로 사용하거나 불법영업을 해야 할 처지다.

정부가 객실 수 8실 이상인 펜션에 6월 말까지 숙박업 등록을 의무화했으나 녹지지역인 이곳에는 숙박시설이 들어설 수 없어 8실 이상인 곳은 숙박업 등록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펜션에 대한 정부 규제가 대폭 강화되면서 단지형 펜션 등 대형 펜션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지금까지 펜션에 대한 규제가 전혀 없었던 탓에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등 갑작스러운 단속 방침에 우왕좌왕하고 있다.

▽펜션 규제 내용=보건복지부와 농림부 등 5개 부처는 4월 초 ‘농어촌 숙박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통합지침’을 발표했다.

지침에 따르면 8실 이상의 펜션은 6월 말까지 숙박업 등록을 해야 한다. 이는 강변과 계곡 등 경치가 좋은 곳마다 일반 다가구·다세대주택으로 허가를 받아 편법으로 영업을 하는 펜션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선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숙박업 등록을 하지 않고 영업을 하는 8실 이상의 펜션에 대해 7월부터 대대적인 단속을 벌일 계획. 적발되면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라 최고 1년의 징역이나 최고 1000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7실 이하의 경우는 펜션 운영자가 농어촌에 거주하거나 현지인에게 임대할 경우 농어촌 민박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숙박업 등록을 할 필요가 없다.

▽갈 곳 잃은 펜션=문제는 상당수 펜션이 숙박업 등록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는 것. 현행법상 상수원보호구역이나 도시·주거지역 등에는 숙박시설이 들어설 수 없다.

일반 농지에 있는 펜션 역시 주택과 숙박시설의 전용면적이 달라 숙박업 등록이 힘들다. 주택일 경우 농지를 1000m²까지 전용할 수 있는 반면 숙박시설은 500m²로 제한돼 있어 1000m²에 하나의 펜션을 지었다면 숙박업 등록을 할 수 없는 셈이다.

40개의 객실을 갖춘 강원 평창군 W빌라 관계자는 “특별한 대안이 없어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며 “7, 8월 성수기 예약률이 벌써 30%에 달해 예약자들에게 ‘변동사항이 생길 수 있다’고 통보만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주도 펜션·민박협의회 남상돈 회장(61)은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펜션을 장려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단속을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현재 영업 중인 민박과 펜션을 숙박 인프라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갈팡질팡 지자체=제주지역의 8실 이상 펜션은 172개소로 이 가운데 156개소가 숙박업 등록을 할 수 없는 지역에 있다. 평창의 경우 489개 펜션 가운데 8실 이상은 65개소로 이 중 35개소가 용도변경이 불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대다수 지자체는 펜션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어떤 기준으로 단속을 해야 할지 난감해 하는 입장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지자체별 펜션 현황을 알고 있는 부서가 없다”며 “7실 이하로 쪼개 숙박업 등록을 하는 단지형 펜션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등 애매한 사항이 많아 단속이 시작되면 적지 않은 마찰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림부 관계자는 “통합지침은 큰 틀을 제시해 준 것일 뿐 각각의 상황에 대해서는 지자체가 알아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국적으로 펜션은 2000개가 넘으며 이 가운데 숙박업 등록이 불가능한 곳이 20∼30%인 것으로 펜션업계는 보고 있다.

수원=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제주=임재영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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