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마다 엑스코 ‘묻지마 건립’… ‘애물단지’ 전락 우려

  • 입력 2004년 5월 13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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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수백억∼수천억원의 돈이 드는 대규모 전시컨벤션센터(EXCO) 건립을 추진해 과잉 중복투자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서울 등 4곳에서 운영되고 있는 전시컨벤션센터도 대부분 적자에 허덕이는 판에 새로운 시설들까지 만들어지면 과잉 경쟁에다 적자 운영이 불 보듯 뻔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일단 짓고 보자=현재 서울(COEX), 부산(BEXCO), 대구(EXCO), 제주(ICC) 등 4곳에서 전시컨벤션센터가 운영되고 있고 내년에 경기 고양과 광주, 경남 창원 등 3곳에서 추가로 문을 열 예정이다.

또 울산시와 대전시도 각각 2007년과 2009년 완공을 목표로 건립을 추진 중이다. 인천의 경우 송도신도시에 미국계 투자회사(게일 컴퍼니)가 대규모 전시컨벤션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경북도도 구미와 경주 중 한 곳에 전시컨벤션센터를 건립하기 위해 정부에 예산 지원을 건의했다.

그러나 내년에 문을 여는 창원 전시컨벤션센터의 경우 특급호텔 등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부산의 BEXCO와 거리가 가까워 규모 있는 전시회 유치에 성공할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울산시도 전시컨벤션센터 건립을 위한 용역조사를 실시한 결과 ‘타당성이 없다’고 결론이 난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업 추진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광주 전시컨벤션센터 건립단 관계자는 “초기 사업추진 과정에서 산업자원부가 ‘지방의 전시장이 과포화상태’라며 예산 지원에 난색을 표시했으나 ‘호남권에는 관련 시설이 한 곳도 없다’는 논리로 맞서 정부의 예산 지원을 이끌어 냈다”고 말했다.

▽과열경쟁, 적자운영 우려돼=서울 부산 대구 제주 등 기존 전시컨벤션센터 중 부산의 BEXCO를 제외한 3개 전시관은 감가상각비를 감안할 경우 모두 적자 운영되고 있다.

이는 초기 전시장 건립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된 데다 개관 후 자체 기획행사 개최와 바이어 및 업체 유치 등에 적지 않은 돈이 들기 때문.

부산 BEXCO는 적자운영을 해오다 적극적인 해외마케팅 등을 통해 개관 2년여 만인 지난해부터 흑자(당기순이익 3억6000여만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치단체의 과도한 재정부담도 문제. 건립비 2196억원이 투입된 고양 국제전시장(KINTEX)의 경우 특급호텔 등 부대시설 확충과 도로공사 등에만 4500억원이 추가로 필요한 실정이다. 고양시는 민자나 외자를 유치해 재원조달에 나선다는 계획이나 별다른 진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부터 수도권의 경우 고양 KINTEX가 서울 COEX와, 영남권은 부산 대구 창원 광주 제주 등의 5개 전시장이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 EXCO 백창곤(白昌坤) 사장은 “경쟁체제에 대비해 지역 특화산업과 연계한 독자 전시회를 개발하고 해외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의 전략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중앙정부의 고민=자치단체들이 전시컨벤션센터 건립에 나서자 국비 지원을 맡고 있는 산업자원부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산자부 권평오(權坪五) 시장개척과장은 “전시컨벤션사업은 산업에 대한 파급효과 등 부가가치가 높지만 지자체와 전시관의 재정부실에다 국고의 비효율적인 이용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광주=김 권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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