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공계 ‘맞춤교육’ 활성화해야

  • 입력 2004년 4월 28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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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기피현상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대학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제기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공계 신입생의 학력 수준이 갈수록 떨어진다거나, 요즘 청소년들이 이공계처럼 어렵고 힘든 전공을 하려 하지 않는다는 푸념이 대부분이다.

그런 측면이 크긴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기업체 인사담당자들은 이공계 출신을 뽑고 싶어도 우수한 인재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체가 원하는 우수 인력을 배출하지 못하는 대학도 이공계 침체의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공계 교수 20명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이공계 인재를 육성하겠다’며 한국고등기술교육원을 창립했다고 한다. 이공계 졸업생을 대상으로 3∼6개월간 재교육을 실시해 첨단 기술 능력을 갖추게 한 뒤 사회에 진출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공계 교수들이 누구를 탓하기 이전에 스스로 책임을 통감하는 자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신선하고 진일보한 이공계 활성화 방안으로 평가할 만하다.

기업들이 최근 경력자 위주의 채용에 나서는 것은 대학을 갓 졸업한 신입사원의 경우 별도로 돈과 시간을 들여 재교육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학이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양성에 실패하고 있다는 얘기고, 이는 청년실업을 더욱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현재로선 교수들이라도 나서서 학생들의 취업을 도울 수밖에 없는 다급한 형편이지만 기본적으론 대학 차원에서 해야 할 몫이 아닐 수 없다.

산학(産學) 협동을 위해서도 대학은 기업체의 인력과 기술 수요를 미리 내다볼 수 있어야 한다. 대학 고유의 학술적 연구기능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특히 이공계 대학은 어느 분야보다 산업의 흐름을 읽는 노력이 중요하다. 대학이 인재양성의 역할을 못하면 이공계의 부활과 미래는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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