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견 사료 먹고 폐사' 개 주인들 집단 소송

  • 입력 2004년 4월 28일 17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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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네티즌이 '5개월째 투병중'이라며 대책위 홈페이지에 올린 애완견 사진. 오른쪽은 '페디그리' 사료.
한 네티즌이 '5개월째 투병중'이라며 대책위 홈페이지에 올린 애완견 사진. 오른쪽은 '페디그리' 사료.
특정 수입사료를 먹여 애완견을 잃거나 피해를 입은 국내 개 주인들이 한 다국적기업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네티즌 900여명으로 결성된 '페디그리 피해 애견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태국산 수입사료 '페디그리'를 먹은 애견들이 최근 급성신부전증으로 폐사하거나 시름시름 앓고 있다"며 "불매운동과 함께 수입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책위 박강완(43·회사원)위원장은 28일 "최근 애견 주인들로부터 피해 배상에 관한 일체의 교섭권을 위임받아 단체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미 몇몇 법률사무소에서 소송업무를 자청하고 나섰다"고 말했다.

소송 상대는 '페디그리'의 국내 수입을 맡고있는 한국마스타푸드. 이 회사는 '스니커즈' '엠엔엠즈' '트윅스' '도브' 등 유명 초콜릿제품의 국내 수입원이기도 하다.

'페디그리'는 1935년 미국 월탐연구소가 개발한 세계적 유명 애견사료로, 국내 동물병원이나 대형할인점 등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제품이다. 문제가 된 것은 태국서 만들어져 국내에 들어온 건사료(dry food) 7종과 고양이용 사료 2종 등 모두 9종.

마스타푸드측은 지난 3월12일 "주원료인 쌀과 옥수수를 보관하던 태국 공장의 보조저장고에서 유독성 곰팡이가 발견됐다"며 태국산 '페디그리'에 대해 리콜 조치를 실시한 바 있다.

한국에선 3월23일자로 리콜이 실시됐고, 정부는 3월29일자로 수입 중단 조치를 내렸다.

한국마스타푸드 김광호 대표는 "현재 국내서 유통되는 '페디그리' 제품은 모두 호주산"이라며 "태국산 '페디그리'에 의한 피해로 확인된 소비자에 대해선 개별 접촉을 통해 보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책위는 회사측이 피해 규모나 보상 기준을 전혀 공개하지 않고 '개별 접촉' 하는 것을 문제삼고 있다.

박강완 위원장은 "개는 물건이 아니라 가족같은 존재이므로 정신적 보상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며 "회사측이 개별 접촉시 물어보는 '순종·잡종' 또는 '방에서 키웠는지' 여부 등이 과연 주요기준이 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김광호 대표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보상 수준이) 개인차가 워낙 커서 개별 접촉이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지만 굳이 이를 택한 건 '일괄적 보상'이 도리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책위에 접수된 피해 사례는 1000여 건. 아직 이번 사태를 모르고 있는 애견 주인까지 감안하면 최대 2000여건의 피해가 발생했을 것으로 대책위측은 보고 있다.

대책위는 소송에 들어갈 경우, 이 회사뿐 아니라 검사를 소홀히 한 정부당국 및 유통으로 중간이익을 챙긴 대형할인점에도 책임을 묻는다는 계획이다.

수입사료 통관 검사를 맡고 있는 농림부 축산물위생과의 한 관계자는 "사료에 의한 애완견 집단 폐사는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며 "완제품 형태의 수입사료에 대해선 표본 추출을 통한 모니터링으로 검사를 대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준 기자 zz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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