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얼 ‘중국의 삼성전자’ …글로벌 브랜드 꿈꾼다

  • 입력 2004년 3월 28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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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가전회사인 하이얼이 해외진출을 본격화하면서 중국 회사로는 최초로 글로벌 브랜드로 부상할지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8월 중국 칭다오의 하이얼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냉장고를 조립하는 모습. 동아일보 자료사진
중국 최대 가전회사인 하이얼이 해외진출을 본격화하면서 중국 회사로는 최초로 글로벌 브랜드로 부상할지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8월 중국 칭다오의 하이얼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냉장고를 조립하는 모습. 동아일보 자료사진
“중국 가전회사 하이얼은 제2의 삼성전자?”

중국 최대의 백색가전 회사인 하이얼이 중국 회사로는 처음으로 글로벌 브랜드로 부상할지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근호에 따르면 하이얼은 현재 중국 가전 시장에서 품목별로 시장점유율 20∼70%를 차지할 만큼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이 같은 텃밭 시장에서의 강세 때문에 하이얼은 전 세계 백색가전시장에서 적어도 물량에서만큼은 미국의 월풀,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 독일의 보쉬·지멘스에 이어 4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이얼의 지난해 총 매출액은 97억달러. 한때 부도위기까지 몰렸던 하이얼은 1984년 현재의 장루이민 회장이 경영을 맡으면서 지난 20년 동안 매년 평균 70% 성장하는 등 가전시장에서 ‘무서운 아이’로 급신장했다.

그러나 지난해 해외 부문 매출액은 10억달러로 아직까지는 ‘텃밭’ 의존도가 큰 편이다. 그런데도 하이얼이 중국 최초의 글로벌 브랜드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것은 이 회사가 일찍부터 해외시장에 독자 브랜드로 진출했기 때문. 하이얼은 이미 저가(低價)를 무기로 틈새 가전시장에서는 상당히 선전하고 있다.

미국시장의 경우 소형냉장고와 와인냉장고에서 각각 30%와 50%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유럽 에어컨 시장에서도 10%의 시장점유율을 나타내고 있다. 하이얼은 한국 시장에도 지난해 상륙했다.

하이얼은 세계 100여개 국가에 공장 또는 지사를 설립하는 등 글로벌 브랜드 전략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미국 법인은 뉴욕 맨해튼 중심가에 자리잡고 있다.

하이얼이 이처럼 해외진출에 적극적인 이유는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각국의 글로벌 기업이 경쟁적으로 중국에 진출하면서 중국 시장에서 마진이 갈수록 줄고 있기 때문. “밖으로 진출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절박감 때문에 해외시장에 눈을 돌린 것.

그러나 글로벌 브랜드로 가는 길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의 분석. 우선 월풀 같은 회사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고급 제품 개발이 시급하지만 하이얼은 연구 개발(R&D) 능력이 경쟁사에 비해 현격히 떨어진다. 하이얼 미국 법인의 경우 연구 개발인력이 10여명에 불과하다.

또 백색가전뿐만 아니라 휴대전화, 컴퓨터, 인테리어디자인, 의약품 등 문어발식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한 것도 경쟁력에는 마이너스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컴퓨터와 휴대전화 부문의 경우 매출이 매우 저조한 편이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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