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관계 정책토론회]“노조도 기업처럼 윤리강령 필요”

  • 입력 2004년 3월 14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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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사관계학회가 12일 개최한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대립적 노사갈등을 자제하고 기업의 경쟁력과 생산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김형배 고려대 명예교수, 김수곤 경희대 명예교수, 이규창 단국대 명예교수, 박래영 홍익대 교수. 이훈구기자
한국노사관계학회가 12일 개최한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대립적 노사갈등을 자제하고 기업의 경쟁력과 생산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김형배 고려대 명예교수, 김수곤 경희대 명예교수, 이규창 단국대 명예교수, 박래영 홍익대 교수. 이훈구기자
노동조합도 기업처럼 윤리강령을 제정해 이를 준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소모적인 노사(勞使) 대립을 막기 위해 전국적 규모의 노사간 대화 채널이 구축돼야 하며 노동관계법은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한국노사관계학회는 12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동연구원 대회의실에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관계 혁신방안’이라는 주제의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단국대 이규창(李奎昌·경영학) 명예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 경희대 김수곤(金秀坤·경영학) 명예교수, 홍익대 박래영(朴來榮·경제학) 교수, 고려대 김형배(金亨培·법학) 명예교수 등 노사관계의 원로급 인사들은 주제발표를 통해 노조와 기업의 변화를 촉구했다.

▽타협은 어용이 아니다=김수곤 교수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관계의 혁신과제-노동운동에 대한 고언(苦言)’이라는 보고서에서 노사불안의 원죄(原罪)는 정치권에 있지만 그 바탕에는 시민의식의 부족이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한국의 노동운동은 항일독립투쟁과 함께 성장해 왔기 때문에 전투적인 정서가 남아있다”며 “파괴와 파업을 동일시하거나 과격하지 않으면 어용으로 몰아 버리며 노동교육이 1980년대 후반에 들어서야 정규 교육기관에서 시작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에 따라 노동조합 내부로부터의 개혁이 건전한 노사관계를 정립하는 데 필수적인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노동운동이 이념화되면서 노(勞)-노(勞) 갈등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노사관계가 과격했던 이유 중 하나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의 경쟁 때문”이라며 “2007년 사업장 단위의 복수노조허용을 앞두고 노조 위원장 선거에서 지면 제2의 노조를 목표로 ‘물밑작업’에 들어가는 폐해가 일고 있다”고 꼬집었다.

노동운동의 정치세력화에 대해서도 “‘노동자의 정부’가 들어서면 노조는 그 시녀로 전락하고 만다”며 “노동자들이 원하는 것은 임금과 근로조건의 향상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노사관계에는 절대선(善)도 절대악(惡)도 없고 타협이 최고의 미덕”이라며 “이를 어용으로 치부하는 행위는 산업민주화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처럼 노동조합도 윤리강령이 필요하다며 △노동자의 권리 보장과 그에 따르는 의무 이행 △비(非)정규직 등 비조합원의 권리 옹호를 통한 고용 문제 해소 △투명한 조합 활동 △전문성을 갖춘 노조 대표자 육성 △소비자 권익증진 등을 제안했다.

▽경영계도 바뀌어야=박래영 교수는 노조의 변화에 맞춰 경영계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경영계의 거시적·능동적 자세가 필요하다’는 발표를 통해 “대기업들의 정치자금 공여나 비자금 조성 등이 계속되는 한 노조의 신뢰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투명 경영과 신뢰회복이 노사관계의 선결 조건”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일자리 창출 노력 △내부고객(근로자) 만족 추구 △비정규직에 대한 배려도 기업의 몫으로 제시했다.

그는 또 노사관계를 다시 정립하는데 사측의 거시적이고 능동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는 전제 아래 민주노총이 참여하는 전국 수준의 대화 채널 복원을 요구했다.

이를 통해 노사정(勞使政)의 변화된 모습이 지역 및 산업, 기업 수준으로 파급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임금교섭은 산업이나 업종별 교섭에 앞서 외국처럼 전국적 교섭체제를 구축하고 임금안정을 위해 범(汎)국가적인 임금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사용자 단체들의 이견(異見)을 좁히기 위해 한국경영자총협회의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도 정비 시급=김형배 명예교수는 현행 노동관계법 개정을 주장했다. 현행 노동법은 단체교섭이나 단체행동 등 노사의 대립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생산성과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육성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근로기준법에서 노사간의 개별적 자치를 폭넓게 인정하고, 근로자가 기업을 신뢰할 수 있는 투명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산별노조가 정착되더라도 개별 기업에 무차별적인 압력이나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하는 완충장치가 마련돼야 하는 한편 노조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정부나 국회의 제도적 채널이 구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국가 차원에서 근로자들의 경제·사회적 지위와 복지를 정책적으로 배려하는 방안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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