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신규채용 83% 비정규직 …전직원중 29% 차지해

  • 입력 2004년 3월 7일 18시 41분


코멘트
“외환위기 이후 은행권은 인수합병(M&A)에 따른 구조조정으로 계속 직원들을 줄여 왔습니다. 새로 뽑는 인력은 수도 적은데다 비정규직에 치우쳐 있어요. 이러다 보니 대졸 취업자들은 은행 취업을 거의 포기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취업정보업체 헬로잡의 황인태 사장은 대졸자의 은행 구직난을 이같이 설명했다.

2003년 한 해 동안 늘어난 은행 직원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은 임시직 등 비정규직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전문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국내 은행 직원은 모두 12만6200명으로 2002년 말의 11만8700명에 비해 6.3%(7500명) 증가했다. 지난해 증가한 직원 7500명 가운데 82.7%가 비정규직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은 2002년 말 3만400명에서 지난해 말 3만6600명으로 20.4%(6200명)나 증가했다. 은행 직원 중 비정규직 비중은 같은 기간 25.6%에서 29.0%로 3.4%포인트 늘어났다. 1997년 말 11.7%에 불과했던 비정규직 비중은 이후 급속히 늘어나는 추세다.

A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단순 창구직원이나 콜센터 상담원을 임시직으로 뽑는 등 비정규직 채용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정규직이 2002년 말 1만180명에서 작년 말에 1만210명으로 30명 늘었으나 비정규직은 1710명에서 2880명으로 1170명 증가했다.

조흥은행은 지난해 한 해 동안 늘어난 530명의 직원 중 500명이 비정규직이었고 정규직은 30명에 그쳤다. 농협은 금융부문 직원이 1만4820명에서 1만7210명으로 2390명이나 늘었지만 비정규직 증가 인원이 2000여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은행들은 비정규직을 채용할 때 인건비를 낮추기 위해 고졸, 전문대졸 등 상대적으로 학력이 낮은 직원을 선호하고 있어 대학 졸업생의 은행 취업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